(진단)"코스닥회생책, 졸속 지양 중장기대책 절실"

  • 등록 2002-10-10 오후 4:26:14

    수정 2002-10-10 오후 4:26:14

[edaily 지영한기자] 코스닥시장이 붕괴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연일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지난 96년 출범이후 사상 최저치 기록을 하루가 멀다하고 갈아치우고 있다. 마땅한 지지선이 없다보니 기술적으로도 기댈 언덕이 별로 없는 형국이다. 이에 앞서 코스닥시장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지 정확히 1년뒤인 98년 11월 60선(98월11월11일 장중 60.56p)을 위협하는 위기상황을 맞은 적도 있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은 이 당시 60선을 바닥으로 소위 "대세상승"에 편승하면서 2000년 3월10일 283.44까지 폭등했다. 300선 고지 돌파도 시간상의 문제인 듯 싶었다. 물론 2년뒤인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코스닥종합지수는 10일 장중 사상 최저치인 43.21포인트까지 밀려, 2000년 3월 고점대비 자그마치 84.7%나 급락했다. 불과 30개월만에 주가가 7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책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코스닥위위원회(위원장 정의동)에선 코스닥내 우량기업을 별도 관리하기 위해 우열반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지금은 "백약(百藥)이 무효(無效)"라고 말한다. 한국경제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우량 벤처사의 육성과 보호가 필요하나 IT(정보기술)주의 붕괴가 전세계적인 문제라는 점을 직시하고 정책적 대응은 보다 중장기적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과 다름 아니다. ◇코스닥 추락..글로벌 IT주 거품붕괴와 동일선상에서 이해해야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IT산업은 특성상 설비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술의 발전속도도 매우 빠른 반면 그 결과로 IT쪽에선 단기간내 공급과잉이 초래되는 문제가 노출됐다"고 밝혔다. 결국 전세계 IT산업은 공급과잉과 더불어 신제품을 통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함에 따라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걸쳐 기술주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IT업황 부진 뿐만 아니라 그동안 투기적 거래로 형성된 버블(거품)의 붕괴까지 가세하면서 현재 전세계 IT주들의 하락폭이 크다는 지적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어떻든 홍 부장은 최근 코스닥시장의 부진을 이해하기 위해선 산업적인 특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내적인 제도운용의 미흡도 수급붕괴의 주요 배경 그러나 국내적으로 정책적인 문제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책은 한국경제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선 필요한 정책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부존자원이 없는 반면 양질의 인력이 풍부한 대한민국의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은 제도적 운용에 있어서 많은 문제를 노출시켰다. 코스닥시장의 수급붕괴가 근본적으로 글로벌 IT주의 거품붕괴가 주된 배경이지만 수급을 더욱 악화시킨 이면에는 대내적인 요인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코스닥위원회 위원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퇴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신규 등록기업들이 봇물을 이루다보니 수급이 더욱 꼬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은 증시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등록기업들의 주가조작사건은 코스닥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사실 코스닥 건전성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 않았음은 결과가 증명하고 있고,가뜩이나 어려운 수급상황은 엎친데 덮친 꼴이 됐다. ◇코스닥 정책대응.."보여주기식"이 아닌 긴 안목으로 접근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코스닥시장의 정책적 대응은 중장기적 차원에서 주도 면밀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작전세력 근절이나 우수 기업 유치등 기본에 충실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사실 "보여주기 위한" 또는 "립서비스 차원"이든 아니든 전세계 증시가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와중에 일련의 정책적 대응들이 지금당장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믿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은 듯 싶다. 나민호 대신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코스닥내 많은 기업들은 수익모델이 불분명하다보니 거래소시장과 달리 펀더메탙 측면의 접근이 어렵다"고 말한다. 따라서 코스닥증권이 우량 기업유치에 적극 나설 것을 권했다. 졸속에 흐른 전시행정과 같은 결과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선 보다 중장기적으로 치밀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홍성국 부장도 비슷한 생각이다. 코스닥시장의 문제가 국내적인 특수성보다는 글로벌 차원의 수급붕괴에 주로 기인하고 있는 만큼 제도적인 접근은 보다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보다 긴 안목을 갖고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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