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포커스)머니게임과 재귀이론

  • 등록 2001-11-12 오후 6:41:54

    수정 2001-11-12 오후 6:41:54

[edaily] 서울증시는 연일 고개를 들고 있다. 반등은 주역은 외국인이다. 종합주가지수는 580선을 웃돌며 600선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12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7.73포인트(1.34%) 오른 584.48포인트, 코스닥지수는 1.20포인트(1.78%) 상승한 68.39포인트로 마감했다. 거래량도 두 시장을 합쳐 연 이틀 10억 주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경기저점 및 회복 논란은 여전하지만 주가가 연일 오르면서 점차 우려감보다 기대감이 시장을 지배하는 분위기다. 불과 일주일 전 만해도 "된다. 안 된다"의 논쟁이 팽팽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르다. 오히려 지금은 기술적으로 "단기 과열이다, 아니다"를 논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외국인은 완급을 조절하되 사자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외국인의 외끌이 장세가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외국인의 폭발적인 매수세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외국인의 공격적 매수세로 인한 랠리는 올 들어 지난 1월과 4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다. 그러나 세 번 모두 증시를 둘러싼 여건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 1월과 4월에도 경기의 조기회복 기대감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결과는 그렇지 않았지만. 물론 이전과 달리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이 금리 인하 및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회복에 공동보조를 취하는 강도가 강화됐다. 하지만 각 국의 정부가 쓸만한 카드를 거의 내보였다는 점에선 또 다른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5.4% 기록 최근 5년래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경기의 조기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여전하지만 증시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감원 카드를 쓰고 있다. 그만큼 주요기업들이 앞으로의 경제여건을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국내상황도 경제적 관점에선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01년 상반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들은 매출부진으로 매출이익률이 6.9%에 그쳐 지난 91년 상반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소식도 아직 경기전반에 찬바람이 불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주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펀더멘털의 요인은 그 근거가 취약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전적으로 외국인에 의존한 머니게임이 시장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국인은 단기간 2조원을 훨씬 웃도는 공격적 매수에 나서고 있고, 지난주 미국 뮤추얼펀드로 51억 달러가 순유입된 점도 외국인 매수여력을 보강시켜 줄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주도의 유동성 보강 기대감이외에 경기에 대한 시각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때문에 요즘도 주가반등의 이유를 찾기 위해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고민하고 있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던 소수의 분석가들은 내 말이 맞았다며 내심 흐뭇해하고 있고, 일시적 반등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던 분석가들은 예상 밖의 강세에 의기소침하거나 방향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 시장은 그 누구의 손을 들어 주지는 않았다. 여전히 지켜봐야 할 대목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와 펀드멘털의 가시적인 변화조짐이 없다는 점에서 최근의 반등국면을 이해하기 위해 조지 소로스의 재귀이론을 떠올려 본다. 조지 소로스는 수 년 전 이렇게 말했다. "주가가 기초가치의 수동적 반영이라는 명제를 인정치 않는다. 또 그 반영이 기초가치에 대응해 간다는 것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는 시장 평가가 언제나 왜곡되어진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왜곡은 기초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가는 단순히 수동적 반응이 아니다. 주가와 주식이 거래되고 있는 회사의 부가 모두 결정되는 과정에 있어서 주가는 능동적인 요소이다" 라고. 이것은 고전적 균형이론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그동안의 기본적 분석은 어떻게 기업의 기초가치가 주가에 반영되는가를 설명해왔다. 그러나 재귀이론은 어떻게 주가가 기초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전 쯤 언론보도를 통해 인구에 회자됐던 논리였지만 결코 쉽지 와 닿는 얘기는 아니다. "재귀이론"의 핵심을 좀더 쉽게 설명하면 "기업의 내재가치가 주가를 결정하지만, 주가자체가 기업의 내재가치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상호순환의 원리"에 있다. 다시 말해 주가가 오르니까 내재가치가 좋아지고, 내재가치가 좋아지니, 또다시 주가가 상승한다는 순환 논리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14만 원대에서 저점을 형성한 뒤 이날 20만원을 회복했다. 저점을 생각하면 단기간 많이 오른 셈이다. 그러나 크레디리요네증권은 삼성증권의 목표가를 30만5천 원으로 제시하고 매수 추천했다. 아마도 올 들어 제시된 가장 높은 목표가격이 아닌가 싶다. 주가가 오른 것 이외에 주변여건은 달라진 게 없는데도 말이다. 이 역시 재귀이론의 맥락에서 이해해 볼 일이다. 덧붙여 관련주들도 눈에 띄게 올랐다.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조기에 가시화되기는 어렵다는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우세하지만 시장은 반도체 가격이 살짝 올랐다는 소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당분간 시장은 실적과 경기전망을 무시한 채 머니게임이 전개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주가가 오를 때나, 떨어질 때나 냉정함을 잃지 않는 자세가 요구된다. 시장흐름과 자신이 세운 목표수익률을 구분하는 덕목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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