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구토" 로버트 할리, 4년 만에 마약퇴치 전도사로

마약 투약 파문 이후 4년 만에 공개 석상
국회 토론회서 "한 번만 접해도 중독" 경고
"판매자 처벌 강화하고 초범은 치료"
  • 등록 2023-08-14 오후 2:15:40

    수정 2023-08-14 오후 2:15:53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방송인이자 광주외국인학교 이사장인 로버트 할리(귀화명 하일·62)가 마약 투약 파문 이후 4년 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방송이 아닌 국회 토론회에서다. 자신의 마약 투약 경험을 토대로 마약 중독의 위험성을 알렸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과 하일(로버트 할리) 광주외국인학교 이사장 등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외 청년들에게는 술보다 흔한 마약!’ 토론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일은 14일 국회에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해외 청소년들에게는 술보다 흔한 마약’ 토론회에 참석해 마약 치료를 위한 정부의 지원을 당부했다.

그는 “마약을 한 번 접하게 되면 끝없는 사이클이 시작된다. 중독자 대부분 일반 직장을 다니지 못하고 나중에는 약을 사기 위해 도둑질을 하거나 직접 판매하게 된다”며 “환각 상태에 빠져 술에 취한 사람처럼 엉뚱한 짓을 하게 되고, 죽지 않더라도 심한 우울증이 생겨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마약 투약 파문 이후 힘들었던 시기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하일은 “저의 경우에는 죽고 싶었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도 했다”며 “가족들이 그것을 알고 막기 위해 하루종일 제 옆에 있었다. 몇 달 동안 가족이 저에게 보여준 사랑과 관심, 몇 명의 친구들과 매니저 덕분에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저와 같은 처지에 계신 분들도 주변 사람의 관심과 사랑, 우정이 있어야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마약을 다시는 해보고 싶지 않다. 생각만 하면 토가 나올 거 같다”며 “일반인들은 저처럼 이런 기회가 많이 없다. 한국에서 마약 중독자를 교육할 수 있는 시설이나 병원이 너무 부족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 사회에서 마약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치료하는 시설과 회복 후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우리가 직접 투자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사회의 마약 문제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일(로버트 할리) 광주외국인학교 이사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외 청년들에게는 술보다 흔한 마약!’ 토론회에서 마약 중독과 회복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일은 마약 합법화에 반대하며 마약 생산자와 공급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마약사범 초범일 경우에는 처벌보다 치료와 교육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봤다.

그는 “이들(초범)이 교도소에 가면 보통 마약 사범들끼리 같이 있게 된다. 그들은 매일 서로에게 마약 해도 안 걸리는 방법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고 결국 출소한 뒤 다시 같은 생활을 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 치료 병원이나 시설을 지원하고 그들을 비난이 아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줄 때 그들은 용기를 내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며 “미국처럼 악화하기 전에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준다면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일은 2019년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9년 8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2020년 모친의 사망 사실을 통보받았으나 형을 마치지 못한 관계로 미국 정부로부터 비자 발급을 거부당해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하일은 지난달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스테로이드 부작용에서 이제 회복됐다”며 쿠싱 증후군으로 얼굴이 퉁퉁 부었던 시절과 건강을 회복한 최근 사진을 소개하는 등 근황을 알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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