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에 '선명야당' 어찌할꼬..딜레마 빠진 한국당

4일 의총열어 일부 상임위 복귀여부 표결
외교안보 상임위 한해 제한적 참여할듯
"국감은 1년 농사..단일대오 형성 불가" 전망도
  • 등록 2017-09-03 오후 5:53:12

    수정 2017-09-03 오후 6:30:09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자유한국당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북한의 핵실험 탓에 대정부투쟁의 동력이 사그라들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전날 법원이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이를 ‘문재인정부의 언론장악’으로 규정하고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지 단 하루만이다.

한국당은 4일 의원총회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른 국회 복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비상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 일정에 대한 전면보이콧 결정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수소폭탄 등 북핵과 안보문제에 대해서는 원래부터 초당적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내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쳐 (안보관련 상임위 참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콧을 의원총회에서 결정한만큼 일부 상임위 복귀 결정 역시 의총에서 결정해야한다는 논리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은 유지하더라도 정보위, 국방위, 외통위 등 외교안보 관련 상임위에는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선명야당을 강조하며 대정부투쟁에 나섰지만 보수의 핵심가치인 안보를 포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외교안보 상임위를 통해 북핵 소관부처의 현안보고를 받는 자리마저 참석하지 않는다면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긴급 지도부 대책회의에서 “일개 방송사 사장의 거취문제로 대단히 예민하고 중대한 시기에 국가안보를 내팽개치고 있다”며 한국당을 정면 겨냥한 것도 ‘약한 고리’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안보관련 상임위에 참여해야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모든 것은 내일 의원총회에서 결정될 것”이라면서도 “안보를 물리치기는 어렵다”고 말해 관련 상임위 참여를 시사했다. 바른정당 소속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은 “내일(4일) 국방위 전체회의를 열어 (국방부로부터) 긴급현안보고를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4일 또는 5일 정보위를 열어 관련 사안에 대해 국정원의 보고를 받을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민주당은 외통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차원의 대북규탄결의안을 채택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북핵실험과 별개로 한국당의 대정부투쟁이 오래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계속 나온다. 당 차원에서 김장겸 MBC 사장의 체포영장 발부를 규탄할 수 있지만 개별의원의 이해관계가 달라 단일대오 형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당의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정감사는 야당 국회의원 1년 농사의 핵심이고 예산심의는 지역구 예산을 따는 가장 중요한 의정활동이다. 대정부질의 불참도 야당의 무기를 내려놓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이 보이콧을 선언한 9월 2일은 올해 국회 주요 일정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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