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살 곳 없소?"…표류하는 파이시티·상암DMC 매각

파이시티, 22일 최종 공매 진행…"인수자 찾기 어려워"
상암DMC, 26일까지 신청서 접수…"전매제한 등 걸림돌"
  • 등록 2016-01-20 오전 11:30:32

    수정 2016-01-20 오전 11:30:32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10년간 방치됐던 서울 서초구 양재동 파이시티(옛 화물터미널 부지) 공개 매각을 필두로 올해 부동산시장 빅딜의 막이 올랐다. 하지만 높은 가격과 제약조건 등으로 적당한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해 난항이 예상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파이시티는 지난해 12월4일부터 공매를 진행하고 있지만 적당한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까지 총 8차에 걸쳐 공매를 진행했고 오는 22일 마지막 9차 공매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최저 입찰가격(부가세 별도)도 9864억원에서 4718억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9차 공매의 최저 입찰가격은 4525억원이다. 이번 공매에 실패하게 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한 차례 더 공매를 남겨놓고 있지만 매수자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예전에 입찰에 참여했던 부동산개발회사들도 완전히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에서 파이시티와 관련된 연구개발(R&D)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 불확실성이 커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시티 매각의 걸림돌로는 높은 가격과 부지 용도의 전환, 인허가 위험 등이 꼽힌다. 4500억원의 토지 비용과 더불어 기부채납과 개발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인 사업비는 부지 매각가격의 두 배 이상이 예상되고 있다. 또 애초 대형 물류 및 상업시설로 개발될 계획이었지만 서울시가 양재동과 우면동 일대 연구개발 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한 탓에 개발 계획에서 연구개발 시설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시는 오는 4월 R&D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매수자가 사업 시행을 위해 새롭게 서울시의 인허가권을 얻기까지 최소 1~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R&D단지내 비지니스호텔 등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수익성을 강화하는 일종의 당근책을 검토 중”이라며 “여러 조건을 따졌을 때 파이시티 매각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4월 이후 분위기는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지지부지했던 서울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의 랜드마크 부지 매각도 다시 진행된다. 서울시는 오는 26일 랜드마크 부지에 대한 사업신청서를 접수하고 27일 사업계획서와 입찰서 자료를 받는다. 서울시는 기존에 건축물 층수를 ‘100층 이상’으로 제한했던 규정을 ‘건축법상 초고층 또는 랜드마크적인 건축물’로 변경하면서 규제를 완화했다. 또 사업자선정을 위한 평가기준 중 가격평가비중도 기존 10%에서 20%로 올렸고 교통개선대책도 사업자가 직접 제안해 선정 가점으로 반영되도록 하는 등 사업성을 높였다. 하지만 총 3조원에 달하는 사업비와 부지를 사더라도 5년간 팔 수 없는 전매제한 등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지의 감정평가액은 4341억원이다. 서울시는 국내 매수자를 포함해 중국 자본 등 해외 매수자들에게도 기회를 줄 예정이다.

상암DMC 매각에 능통한 관계자는 “최근 한 부동산개발회사가 중국 자본과 손을 잡고 입찰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결국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발 때까지 자금이 묶여 있어야 하는 등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가 얼마만큼 당근책을 줄 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도심형 레저스포츠 테마파크인 웅진플레이도시(경영권 매각)도 매수자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웅진플레이도시는 인수 후보자가 등장해 예비 실사까지 진행했지만 도중에 인수를 포기했다. 현재 매수자를 다시 물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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