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금융정책 키워드는 '서민과 소비자'

은행과 카드 등 금융회사 부담은 더 커질 듯
수익성과 공공성의 조화가 공약 현실화 관건
  • 등록 2012-12-20 오후 2:07:48

    수정 2012-12-20 오후 2:07:48

[이데일리 김춘동 기자] 박근혜 정부의 금융정책은 ‘서민과 소비자’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주로 금융회사 건전성에 우선순위를 뒀던 금융정책의 큰 틀이 금융 소비자 위주로 바뀌는 셈이다. 그만큼 은행과 카드 등 금융회사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저성장, 저금리 기조로 경영 여건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과 공공성의 적절한 조화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 서민금융 더 커진다

가장 관심을 끄는 정책은 가계부채 해법으로 제시한 ‘국민행복기금’이다. 공공재원을 바탕으로 18조 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해 연체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고,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환승론도 지원하는 내용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가계부채 핵심공약이라는 점에서 임기 시작과 함께 가장 먼저 추진될 전망이다.

다중채무자 등을 대상으로 한 프리 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대상도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하우스푸어 공약인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나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이들 공약은 모두 성실하게 돈을 갚아온 대출자와의 형평성 시비와 도덕적 해이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

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있어 금융권에 대한 고통분담 요구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서민과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대부업 대출금리 등 고금리 이자를 낮추라는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3대 서민금융 정책은 대상이 제한적이고, 부작용도 컸던 만큼 대대적으로 재정비될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 정부의 공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경영여건도 어려워지고 있는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 이젠 소비자가 우선

약탈적 대출행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과잉대출을 차단하는 대출자 보호장치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자가 대출소비자 보호법규를 약속했고, 야권 역시 공정대출법을 추진하고 있어 여야 간 합의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보험과 신용카드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한 규제도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 체계도 관심사다. 박 당선인은 구체적인 안을 내놓진 않았지만, 기존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 부문을 합쳐 금융부를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최초의 여성 금융수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별도로 떼 내 소비자 보호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우세하다.

금융회사 대주주의 적격성과 임원들에 대한 자격 심사는 더 강화된다. 대기업 계열이 많은 보험사에 대해 은행과 마찬가지로 정기 적격성 심사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총수가 형사 처벌을 받게 되면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우리금융(053000) 민영화는 당장 재추진되긴 보단 신중한 검토를 거친 뒤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 수익성·공공성 조화가 관건

새 정부의 금융정책이 서민과 소비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퍼주기 식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악화는 물론 도덕적 해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수익성과 공공성 사이에서 어떻게 절충점을 찾느냐가 공약 현실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 종사자들은 금융산업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당부하고 있다. 서민금융을 비롯한 사회공헌을 확대하려면 은행들이 먼저 성장해야 하는데 당근은 없고 채찍만 있다는 주장이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이번 선거에선 금융산업 자체에 대한 공약이 전혀 없었다”며 “고부가가치인 금융산업 발전이 곧 일자리와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무턱대고 퍼주는 방식은 곤란하며, 정책 효과와 함께 금융회사의 사회적 역할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논의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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