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말에도 경제 시민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감 몰아주기`에 과세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지만 과세방법을 찾지 못해 흐지부지된 바 있다. 정상적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인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이익인지 실제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일감 몰아주기` 현재진행형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과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2001년초 물류회사 글로비스를 설립해 현대차 계열사의 물류거래를 몰아줬던 사례가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다. 글로비스는 정 부자 둘만 주주로 돼 있어 발생한 이익이 두 부자에게만 돌아갔다. 이러한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전자공시시스템과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순위 30대그룹 중 총수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20개 비상장사의 작년 매출은 7조4229억원으로 이중 계열사 매출이 3조4249억원, 46.1%에 달했다. 더구나 해당 비상장사의 실적(매출)은 5년새 평균 3.27배로 급증했다.
회사의 이익창출 기회를 특수관계자가 대주주인 계열사에 주거나(회사기회 유용) 사업연관성이 없는 비상장사를 설립해 계열사의 물량을 몰아주는(지원성 거래) 등 `일감 몰아주기`의 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이 부분은 대표적인 과세 사각지대에 속한다.
◇ "포괄주의인데 왜 과세 못하나?"
일각에선 2004년부터 상속증여세법이 포괄주의로 변경된 만큼 `일감 몰아주기`도 세법상 과세대상이라고 지적한다. 과세대상인데도 과세를 못하는 것은 정부의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비판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논평을 내고 "이미 과세를 위한 실체법적 근거가 모두 정비됐다"며 "망설일 것없이 조속히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7년 공정거래법이 개정돼 `일감 몰아주기`가 부당지원행위로 규정됐고 지난달에는 상법 개정으로 `회사기회 유용`이 금지됐다. 이에 따라 세법만 구체화하면 손쉽게 과세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계열사의 대량물량 수주를 현행 법인세법이 걸러내지 못하는 점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이 시가보다 높은 경우로 돼 있어 시가와 비슷하게 물량을 대량으로 수주하면 부당행위로 규정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법인에 세금을 물리는 방법일 뿐 상속증여자에 대한 과세가 아니기 때문에 상속증여세법도 함께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 "과세하고 싶어도"..방법 찾기 난망
그러나 결과는 과세요건과 이익계산 방법을 정하기 어려워 흐지부지됐다. 재정부가 과세를 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과세하겠다고 하지 않고 검토하겠다고 한 이유도 과세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무리 상속증여세법이 포괄주의라고 해도 실제로 과세표준을 계산할 수 있는 틀을 정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상적인 거래에 의해 창출된 이익인지 부당거래로 발생한 이익인지를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것. 그렇다고 일률적으로 과세요건을 구체화해 무 자르듯 과세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했다.
한편 일각에선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보다 `회사기회 유용`을 금지한 상법 개정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감 몰아주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이번 상법 개정안이라는 얘기다.
임 연구위원은 "일감 몰아주기를 하려면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해당 이사는 승인 결정에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관련 거래가 쉽게 일어나기 어렵다"며 "일감 몰아주기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향후 관련 하위법령 규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