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피터스 "한국의 신성장동력 너무 광범위"

`초우량기업의 조건` 저자 인터뷰
"한국 잘할 수 있는 특정분야에 집중해야"
"차별화된 특화 위해 중소기업 활성화 필요"
  • 등록 2009-05-26 오후 5:32:25

    수정 2009-05-26 오후 5:40:08

[이데일리 안승찬기자] "너무 광범위합니다!"

경영서적 부문에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초우량기업의 조건`의 저자이자 경영컨설턴트인 톰 피터스(67, 사진)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성장동력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톰 피터스는 26일 일산 킨텍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신성장동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특정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저것 모든 것을 다 한번 해보겠다는 것은 자원 낭비"라며 "어떤 한 분야를 올바로 선택해서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신성장동력`을 추진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막대한 재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선택과 집중이 부족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그는 "한국의 경우 훌륭한 제품이 많고 기술부문에서도 앞서가고 있지만 한국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많지 않다"며 "한국이 특정한 분야에서 진정한 리더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톰 피터스는 강조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경험에 비춰보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고 발전시켜 나갈 때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추진하는 경향이 절대적이었다"며 "중소기업 없이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톰 피터스는 "한국에서 많이 들은 얘기는 `한국은 작은 나라`라는 말인데 한국은 어떤 기준으로도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라며 "작은 나라여서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톰 피터스는 스탠퍼드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매킨지사에 있을 당시 미국의 성공 기업 43개사를 분석해 펴낸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경영컨설턴트로서 명성을 얻었다.

이후 톰 피터스 그룹이라는 컨설팅 회사의 대표이사로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고 있다. 최근 저서로는 `미래를 경영하라`가 있다.
 
다음은 톰 피터스와의 일문일답.
 
-한국의 경우 녹색성장 등이 정부주도로 이뤄지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부의 적절한 지원과 기업들의 자발적인 추진이 합쳐질 때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 미국도 든든한 기업가 정신으로 바탕으로 정부가 막대한 연구 관련 예산을 책정한다.
 
새로운 이니셔티브가 생길 때 대학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실리콘밸리의 경험으로 보면 대학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대학의 연구도 중요하다.
 
또 중소기업도 중요하다. 많은 자본이 필요한 바이오 등 새로운 분야로 진출해 나가고 발전시켜 나갈 때 기존의 대기업이 추진하는 것 보다는 중소기업이 추진하는 경향이 많았다. 실리콘밸리에서 지켜본 바는 그렇다. 중소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경제가 어려운 때는 더욱 그렇다.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잘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가지만 더 추가로 얘기하면 녹색성장, 지속가능성 등의 단어를 많이 얘기하는데 말만 외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녹색 중에서도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야 하는지 그걸 정해야 한다. 또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 뿐 아니라 서비스와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도 중요하다. 새로운 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녹색분야에서의 버블이 있을 것으로 보는가.
▲인간의 본성은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뭔가 흥미로운 것, 새로운 것이 나타나게 되면 사람들이 몰리게 되고 버블이 생긴다. 예전에도 튤립 버블이 있었고, 운하, 자동차 등에서 모두 버블을 겪었다.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과도한 투자가 나타나고 버블이 생기고 붕괴된다. 녹생성장이나 신재생에너지 등도 버블이 형성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언제 올 지는 모른다. 닷컴 버블이 붕괴될 때까지는 10년 정도가 걸렸다. 바이오 기술의 경우도 4~5차례 버블 현상을 겪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신성장동력에 대해 조언할 부분이 있다면
▲한국에서 신성장동력을 추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점은 특정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녹색성장도 너무 광범위하다. 에너지자립도 범위가 넓다. 이 중에서도 한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중요성 강조했는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떤 기업도 중소기업 없이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대기업이 어떤 분야에서 뛰어나고 차별성 있는 중소기업과 관계를 맺지 않으면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낄 정도로 특화되고 차별화되어야 한다. 무시하면 내 손해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식당을 새로 열었더라도 별다른 차별성이 없다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작은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차별성을 가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
 
대기업이 일반적으로 중소기업 인수한다면 중소기업의 기업가 정신 등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대기업의 경직된 구조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인수할 경우 민첩하고 혁신적인 중소기업의 특성을 살려가는 것이다.
 
보통 공장이라고 하면 큰 공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티셔츠나 구두를 만드는 것 생각하는데, 이제 그런 시대가 아니다. 5명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남다른 틈새를 공략해서 나아가야 된다.
 
선택과 집중이 되지 않으면 소중한 자원을 낭비할 수 있다. 이것저것 모든 것을 다 해보겠다는 것은 자원낭비다. 어떤 한 분야를 선택해서 여기에 집중해야 하고, 제대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한국은 새로운 한국을 만들고 새로운 리더가 되겠다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이 훌륭한 제품을 많이 만들어내고 기술 부문에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고 있지만, `뭐하면 한국` 이런 이런게 많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특정 분야에서 진정한 리더가 되려면 한국이 최고라 자부할 수 있는 분야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반드시 중소기업이 있어야 한다.
 
독일 제품은 품질로 전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한국도 그런 위치에 올라서야 한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차로 꼽히고 있지만 현대차가 전세계 어떤 차보다 차별성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중소기업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경제위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정확히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저점은 지난 것 아니냐고 얘기할 수는 있을 것이다. 바닥을 쳤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심리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다시 편안함을 느끼고 구매를 시작하는 시점에는 바닥을 쳤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도 가장 최저점은 지나지 않았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악화된 상황에 염증을 느끼고 다시 구매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얘기는.
▲한국은 작은 나라란 얘기를 많이 하더라. 다음에는 어느 누구도 한국은 작은나라라는 말을 안하기 바란다. 중국이나 인도에 비해서는 작은 나라이긴 하지만 그런 관점에서보면 미국도 작은 나라다. 한국은 어떤 기준으로도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스웨덴의 경우 인구가 800만명밖에 되지 않지만 결코 작은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은 삼성 LG 현대처럼 전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기업들이 있다. 스웨덴도 그렇다.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4000만 인구는 절대 작지 않다.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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