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최고의 수익률을 추구하려는 투자가 꿈틀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전자산의 대명사 금 투자가 주춤해 지고, 국채 투자 역시 마찬가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두 주 정도 사이에 이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면서, 만약 이런 변화가 추세화한다면 금융 시장과 경제 회복을 위해 초기 단계일 것이라고 28일 보도했다.
◇안전자산 국채-금 인기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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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을 계속하던 금값도 주춤하다. 온스당 10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가격이 최근 900달러대로 내려섰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은 올해 초만 해도 모두 피했던 `좀 더 위험한` 자산에 몰리고 있다. 회사채가 그 중 하나.
지난 주 씨티그룹과 메릴린치 등 대형 금융사들을 포함해 401억달러의 채권이 발행됐다.
캐드베리 스웨퍼가 지난달 `닥터 페퍼` 등을 생산하고 있는 미국 음료 사업부 분사 계획을 밝힌 뒤 애널리스트들은 정크 본드 발행을 통한 이 딜(deal)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지만 예상과는 달리 투자자들이 모여 들었다.
◇베어스턴스 매각이 전환점..투자심리 돌아온다
투자 심리는 확실히 지난 3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나서면서 베어스턴스 사태가 마무리된 것을 계기로 돌아섰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도 베어스턴스 매각이 이뤄진 지난 달 17일을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회사채 부도 위험에 대비해 사는 보험 성격의 금융상품)의 극적인 반전이 이뤄진 날로 꼽으며, 이제 은행들의 연쇄부도 공포는 사라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은행 연쇄도산 공포, `3월17일` 사라졌다
T. 로웨 프라이스 그룹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다니엘 쉐켈포드는"FRB가 시장의 보좌역을 하면서 상황은 안정돼 왔고, 늦지만 확실하게 시장은 건강을 찾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는(risk-taking) 투자가 시장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회사채 스프레드 급락..실적도 최악은 아니다
이렇게 투자 심리가 재개되고 있는 데엔 대출 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상당수 회사채 스프레드(국채와의 수익률 차이)는 급락하고 있다. 투자등급의 경우 지난 달 17일 5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0.32%포인트 떨어졌고, 정크본드 스프레드는 지난 달 8.6%포인트까지 확대됐던 것이 7%포인트로 내렸다.
핌코의 부사장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 마크 키셀은 "은행들은 자본 확충과는 별도로 레버리지 론 같은 대출 채권을 매각하면서 재무제표 건전화에 나서고 있으며, 이런 과정이 진행되면 최소한 경기가 급락할 것이란 공포는 잦아들게 돼 있다"고 언급했다.
FRB의 금리인하가 곧 종료될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도 국채 인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의 실적도 최소한 예상보다 나쁘지는 않다.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500 기업 가운데 절반 가량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들의 순이익은 14% 가량의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실적 시즌이 시작될 무렵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나쁘지 않다.
◇은행간 신용 여전히 `꽁꽁`..주택시장 바닥도 아직 안왔다
하지만 아직 은행간 신용은 얼어붙어 있고, 경매방식 채권(Auction Rate Securities) 시장이나 자산담보부증권(CDO) 같은 복합 상품 시장 역시 어려움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들은 여전히 서브프라임 관련 투자 손실로 인한 부실채권을 쌓아 놓고 있다.
거시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은 여전하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불씨가 된 주택 시장은 아직도 바닥을 확인하지 못했고, 유가가 오르고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가계 소비 여력도 크게 줄고 있다.
WSJ은 그러나 미국 경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지탱력이 좋은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0.5%에 불과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적어도 경제가 붕괴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증거라는 것.
하지만 비관론을 펴는 쪽에선 은행권의 최악의 상황은 지났어도, 경제가 받는 조정은 앞으로 수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