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의 댓글이 성화를 이루고 정치권의 공방도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총선을 코 앞에 둔 정치권의 야박한 이기주의가 뒤에 숨어있어서다.
◇ 불끄기 나선 인수위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13일 "숭례문 복원에 대한 이명박 당선자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정부에서 (국민성금을) 강제하는 것이 절대 아니고 그런 의도도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인수위는 이 당선자의 제안이 국민들의 성금만으로 숭례문을 복원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정부예산을 기본으로 하되 국민들의 상처를 보듬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인수위의 당혹스러움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전날(12일) 이 당선자는 "국민이 십시일반 참여하는 성금으로 (숭례문을) 복원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들에게도 위안이 되고 의미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했고 인수위는 이를 받아들여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성금모금을 하는 방향으로 공식화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표 직후 이 당선자나 인수위측의 기대와는 달리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성금이라는 일회성 이벤트보다 책임 규명이나 재발 방지대책 등 후속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비판적 시각을 나타냈다.
아이디 rlatjdwl1인 누리꾼은 "불 난 지 며칠도 안 돼 국민 성금 운운하는 이벤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아이디가 ohfelix인 누리꾼도 "기름을 쏟아도 국민들이 다 닦고 은행이 부실 경영해도 국민들이 부담하며 이제 공무원들 방만으로 문화재 날려도 국민들이 복구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회 일각에서는 잿더미로 변한 숭례문에 `100원의 기적`을 일으키자는 자발적 움직임도 있다. 국민 1인당 100원씩만 모아도 48억원을 모을 수 있다며 온라인에서 점화된 100원 모금운동은 국민 모두가 하나가 돼 `국보 1호` 소실의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의지다.
연예인등을 비롯해 자발적으로 수억원씩 복구 자금으로 쾌척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결국 온 국민의 뜻으로 한국의 벤치마크를 되살리자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빠르고 넓게 확산됐지만 10여일후 국정을 이끌고 나갈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것에는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 "불난 데 부채질 하나" 직격탄..정치권 맹공
정치권은 마치 물만난듯 공세를 퍼붓고 있다.
정부(행정기관)의 관리소홀이라는 책임문제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에게 손부터 벌리는 건 도리가 아니라는 논리다.
강 최고위원은 "우리 국민이 마음에서 우러나서 자발적으로 모금할 수는 있지만 그에 앞서 책임을 규명하고 사후대책을 마련하는 게 정치인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노은하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이 당선자의 모금 제안은 정부의 대처 소홀에 따른 잘못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발상으로 네티즌 75% 이상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며 "IMF 외환위기가 찾아왔을 때 온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금모으기 운동`과는 상황이 너무나 다르다. 국민은 봉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쏟아지는 공격을 막기에 바쁘다. 예비 야당들은 이 논란에 기름을 더 붓고 싶고 예비 여당은 물을 붓고 싶다. 한 표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한 예비 여당과 야당의 이기심이다. 논란은 총선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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