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성금 복원 논란도 `5m 불기둥`

정치권 연일 맹공..성금모금 제안 채널에 문제 제기
정치권 이기주의 가세..총선까지 이어질 듯
  • 등록 2008-02-13 오후 3:53:04

    수정 2008-02-13 오후 4:44:27

[이데일리 문영재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을 국민성금으로 복원하자는 제안을 하루만에 거두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화재 당시 솟구쳐올랐던 5m불기둥처럼 뜨겁게 타고 있다.

누리꾼들의 댓글이 성화를 이루고 정치권의 공방도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총선을 코 앞에 둔 정치권의 야박한 이기주의가 뒤에 숨어있어서다.

◇ 불끄기 나선 인수위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13일 "숭례문 복원에 대한 이명박 당선자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정부에서 (국민성금을) 강제하는 것이 절대 아니고 그런 의도도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인수위는 이 당선자의 제안이 국민들의 성금만으로 숭례문을 복원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정부예산을 기본으로 하되 국민들의 상처를 보듬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인수위의 당혹스러움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전날(12일) 이 당선자는 "국민이 십시일반 참여하는 성금으로 (숭례문을) 복원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들에게도 위안이 되고 의미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했고 인수위는 이를 받아들여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성금모금을 하는 방향으로 공식화했다.

◇ 취지는 좋은데 李당선자 발언이 문제

그러나 이같은 발표 직후 이 당선자나 인수위측의 기대와는 달리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성금이라는 일회성 이벤트보다 책임 규명이나 재발 방지대책 등 후속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비판적 시각을 나타냈다.

아이디 rlatjdwl1인 누리꾼은 "불 난 지 며칠도 안 돼 국민 성금 운운하는 이벤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아이디가 ohfelix인 누리꾼도 "기름을 쏟아도 국민들이 다 닦고 은행이 부실 경영해도 국민들이 부담하며 이제 공무원들 방만으로 문화재 날려도 국민들이 복구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회 일각에서는 잿더미로 변한 숭례문에 `100원의 기적`을 일으키자는 자발적 움직임도 있다. 국민 1인당 100원씩만 모아도 48억원을 모을 수 있다며 온라인에서 점화된 100원 모금운동은 국민 모두가 하나가 돼 `국보 1호` 소실의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의지다.
 
연예인등을 비롯해 자발적으로 수억원씩 복구 자금으로 쾌척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결국 온 국민의 뜻으로 한국의 벤치마크를 되살리자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빠르고 넓게 확산됐지만 10여일후 국정을 이끌고 나갈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것에는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 "불난 데 부채질 하나" 직격탄..정치권 맹공

정치권은 마치 물만난듯 공세를 퍼붓고 있다.
 
정부(행정기관)의 관리소홀이라는 책임문제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에게 손부터 벌리는 건 도리가 아니라는 논리다.

강금실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 "국민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데 불난 데 부채질을 하는거냐"며 "이 당선자는 문화재청이 문화재가 훼손된다고 반대하는데도 억지로 (숭례문을) 개방한 장본인이고 자서전에서 자랑까지 했다. (화재의) 원인제공자로서 말할 자격이 없는 당선인이 왜 국민모금을 제안하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강 최고위원은 "우리 국민이 마음에서 우러나서 자발적으로 모금할 수는 있지만 그에 앞서 책임을 규명하고 사후대책을 마련하는 게 정치인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노은하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이 당선자의 모금 제안은 정부의 대처 소홀에 따른 잘못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발상으로 네티즌 75% 이상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며 "IMF 외환위기가 찾아왔을 때 온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금모으기 운동`과는 상황이 너무나 다르다. 국민은 봉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쏟아지는 공격을 막기에 바쁘다. 예비 야당들은 이 논란에 기름을 더 붓고 싶고 예비 여당은 물을 붓고 싶다. 한 표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한 예비 여당과 야당의 이기심이다. 논란은 총선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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