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 부자가 소환조사를 받게될 경우 그동안 수사 초기부터 여의도 등에서 떠도는 풍문 수준으로 오르내리던 전직 고위 경제관료, 거물급 정치인 등으로 현대차 비자금이 흘러갔는지 여부와 함께 편법 경영권 승계 여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비자금 구체적 용처 밝혀지나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6일 현대차 그룹의 비자금 용처에 대한 부분을 조사하기 위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사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해 처음으로 소환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검찰은 정 회장이 귀국하는 즉시 조만간 이들 부자를 소환해 비자금 조성 및 집행이 현대차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이뤄지고 비자금 조성을 지휘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검찰은 현대차 계열사인 글로비스(086280)의 비밀금고에서 확보한 수표 및 양도성예금증서(CD)를 추적하는 것과 동시에 비자금 입출금 내역도 확보해 분석중이다.
검찰은 또 입출금 내역을 토대로 구속된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과 자금 담당 임원 등을 차례로 소환해 전체 비자금 규모와 조성 방법, 용처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채 수사기획관은 "비자금 조성경위 및 관리방법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 사용경위 및 사용처 등에 대해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정 회장 부자에 대한 비자금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것을 예고했다.
검찰이 정 회장 부자를 소환해 비자금 조성 및 용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뒤에는 편법 경영권 승계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현대차·기아차 그룹의 지배권을 확보하지 못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자의 그룹경영권 자체가 검찰의 수사로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계속 지적해왔다.
검찰이 정 회장 부자를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 그룹 계열사들의 불법행위가 밝혀진다면 지금까지 정 회장 부자 일가가 진행해온 방식의 그룹 지배권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기아차→현대모비스(012330)→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로 돼 있어 이들 계열사중 한 회사의 지분만 충분히 보유한다면 그룹 전체에 대한 장악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 회장 부자는 기아차 지분 매입에 몰두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의 `칼` 어느선까지 휘두를까
검찰이 정 회장 부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같은 정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정 회장 부자는 조세포탈, 외화도피, 내부자거래 혐의와 함께 배임이나 횡령, 조세포탈 등으로 사법처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아들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선택으로 급한 불을 막기 위해 일단 미국으로 출국하는 방안을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 회장측이 일주일간 체류한 뒤 귀국하겠다고 밝히고 검찰이 "시간이 지날수록 비자금 액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압박을 가해오자 정 회장이 그룹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귀국행을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 초기부터 `원칙과 정도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지금도 이같은 수사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향후 검찰의 `칼`이 어느 선까지 휘두를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