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미국증시의 반등이 약효를 발휘하지 못했다. 나스닥선물의 급락세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자본이 완전 잠식된 현대건설의 처리문제도 투자심리에 부담을 줬다. 거래소는 520선으로 되밀렸고, 코스닥은 70선을 힘겹게 턱걸이 했다.
주식값이 떨어진 종목수는 전일에 이어 연이틀 1천개를 넘어섰다. 개별종목이 초토호된 형국이다. 한국증시의 간판격인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대부분 맥을 못췄다. 주연은 없고 들판에 널부러진 엑스트라만 있는 모양세다.
월가 최고의 투자자로 꼽히고 있는 벅셔 해더웨이사의 회장인 워런 버핏의 말 한마디도 신경이 쓰인다. 워런 버핏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27일 한 행사에 참석해 "주가가 충분히 떨어졌을 때 매수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주식매수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의 주가가 아직도 고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약세장에서도 고수익을 올린 투자자의 말인 만큼 한번쯤 곱씹어 보게 된다.
이제 3월도 영업일수로 이틀만을 남겨 놓고 있다. 세월은 빠르게 흐르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초순 집을 나간 "랠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돌아올 줄 모르고 있다. 그저 속타는 투자자들만 잃어버린 "랠리"를 찾아 동서남북을 헤매이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지수를 까먹은 28일의 시황을 짚어보자.
◇거래소/코스닥지수를 합쳐도 600을 밑돌아
종합주가지수는 전강후약의 흐름속에 4.11포인트(0.77%) 떨어진 528.79포인트로 마감했다.외국인(58억원)과 개인(568억원)이 사자에 나섰지만, 기관이 쏟아내는 매물(732억원)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코스닥지수도 1.28포인트(1.78%) 하락한 70.58포인트를 기록했다. 코스닥은 기관의 관망속에 외국인과 개인간의 대결구도가 펼쳐졌다. 외국인은 178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개인은 16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거래소(610개)와 코스닥(440개)을 합쳐 주식값이 떨어진 종목은 1050개에 달했다. 전일의 1028개 보다 조금 더 늘었다.
선물지수도 0.20포인트(0.30%) 내린 66.05포인트를 기록했다. 시장베이시스는 0.28포인트로 콘탱고로 전환했다.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2107계약과 333계약의 매수포지션을 취한 반면, 증권과 투신은 각각 1526계약과 1234계약을 매도했다.
이날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은 물론 선물시장에서도 순매수를 기록했다. 계속해서 시장의 특징을 살펴보자.
◇현대건설 영향..건설주/은행주 연중최저
현대건설의 완전 자본잠식과 이에따른 정부와 채권단의 처리방침이 구체화되면서 건설주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감자 우려감이 대두된 현대건설은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면서 1050원을 기록했다. 담배 한갑 값도 안되는 수준이다.현대그룹 관련주들도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 현대엘리베이터를 제외하곤 급락세를 보였다.
현대전자가 3.49% 떨어진 것을 비롯 현대증권 3.45%, 현대중공업 2.42%, 현대미포조선 3.15%, 현대상선 4.0%, 울산종금 3.23% 등의 하락세를 보였고, 현대상사와 현대건설, 현대건설 우선주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건설업종지수는 1.50포인트(3.57%) 떨어진 40.49포인트로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은행업종지수도 2.05포인트(2.02%) 하락한 99.48포인트를 기록 100선을 깨고 내려섰다. 이날 은행업종지수는 연중최저치이면서 지난해 5월 26일 이후 10개월만에 90선으로 되밀린 것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신한은행을 비롯 주택은행 외환은행 하나은행 등 은행주를 매도했고, 금융주 전체로는 158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포철 외국인 지분율 역대 최고
삼성전자와 포항제철에 대한 외국인의 애정공세는 집요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보합(20만7500원), 포철은 200원 떨어진 9만130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외국인은 주가 등락에 개의치 않고 이들 종목을 줄기차게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217억원어치 사들이면서 닷새째 순매수를 이어갔고, 외국인 지분율도 57.37%로 높아져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포항제철도 나흘째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포철을 1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분율도 56.81%로 높아져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 12일의 56.72%를 경신했다. 외국인은 포철을 지난 2월 9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영업일 기준으로 21연속 순매수한 이후, 사고 팔고를 반복해오다 다시 추세적인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포철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는 한 지수는 하방경직성을 갖출 것으로 시황분석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체감지수 마저 하방경직성을 갖출지는 의문이 아닐수 없다.
◇거래소/코스닥 모든 추세선 무너져
거래소와 코스닥, 두 시장 모두 장단기 이동평균선이 층층히 쌓여 있는 모양세다. 때문에 추세반전을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
거래소의 경우 5일선은 530선(534.54P)에 걸쳐 있고, 20일선은 540선(547.64P), 120일선은 550선(558.37P), 그리고 60일선은 570선(572.72P)에 놓여 있다. 이날 마감지수는 모든 추세선을 밑돌고 있다. 산넘어 산이다.
코스닥은 70선에 제반 이동평균선이 밀집되어 있다. 5일선(71.29P)을 비롯 20일선(72.62P), 60일선(74.85P), 120일선(76.09P) 등이 완전 역배열 상태에서 70선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양세다. 제반 이평선이 모여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저항이 만만치 않음을 예고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해외변수에 대한 냉철한 반응이 필요
미국증시에서 다우는 1만선에 근접하고, 나스닥은 2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시장은 환호했지만, 이내 나스닥선물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소식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졌다.
소비자신뢰지수의 예상밖 상승이 호재로 작용했지만 노텔 네트웍스와 팜사 등의 실적악화 소식은 시장을 짓눌렀다. 미국증시도 전망에 대한 긍/부정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기술적으론 추세가 꺽인 모양세다.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추세를 생각할 시점이다.
일본의 경기동향지수가 3월에도 악화될 것으로 나타났다. 브릿지뉴스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단칸서베이 결과, 경기동향지수는 12월에 비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으며 3월 제조업체의 경기동향지수는 -12로 조사돼 2월의 -10에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비제조업체의 경기동향지수도 2월의 -7에서 -8로 하락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단칸보고서의 전망이 어둡게 나왔다는 것은 증시에도 부담이다.단칸지수는 일본은행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경기동향 보고서로 다음달 2일 발표될 예정이다.
◇"랠리"는 찾기 보다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영화가 흥행에서 성공하려면 넉넉한 제작비 지원은 물론 휼륭한 감독과 출연배우의 캐스팅,홍보 마케팅전략 등도 좋아야 한다. 특히 주연배우로 누굴 쓰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라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넉넉한 실탄(수급)이 있어야 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해 줄수 있도록 감독당국이 제역할을 해야 한다. 또 주식을 사줄 매수주체가 부각되어야 하고, 시장을 이끌 선도주도 있어야 바람몰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증시상황은 어떤지 한번쯤 되새겨 볼이다. 잃어버린 어린이는 발벗고 찾아나서야 되지만, 주식시장에서 잃어버린 "랠리"는 찾아 헤매기 보다는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찾아 나선다고 돌아오지 않는 "랠리"를 찾아봐야 속만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