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다국적 제약회사 애브비(ABBV)가 양호한 2분기 실적에도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지난해 4분기 보유 중이던 애브비 주식을 대거 처분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애브비의 성장 동력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애브비 주가는 전일대비 4.2% 내린 143.5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애브비는 연구중심의 바이오 제약 기업으로 주로 면역학, 혈액종양학, 미학, 아이케어 분야 등의 의약품을 개발, 제조하고 있다. 특히 면역질환치료제 분야에서 ‘휴미라’ 등 오리지널 의약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특히 애브비는 고배당주로 유명한데 배당성향 40~50%, 배당수익률 3.9%에 달한다. 또 최근 5년간 평균 배당성장률이 17% 수준이다. 워런 버핏이 지난해 초 “여전히 배당을 늘릴 여력이 있는 회사”라고 평가하면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이에 애브비는 올들어 증시가 고꾸라지는 중에도 지난 4월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여전히 플러스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애브비가 공개한 2분기 실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매출액과 주당순이익(EPS)이 전년대비 각각 4.5%, 11.2% 증가한 145억8000만달러, 3.37달러로 집계됐다. EPS는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지만 매출액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달러 강세 등 환율 영향을 고려해 연간 매출 전망치도 기존 594억달러에서 589억달러로 크게 낮췄다.
시장에선 애브비가 내놓은 성적표에 비해 주가 하락이 다소 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어 그 배경으로 최근 빅테크들이 강세를 주도하면서 애브비에 대해 일부 차익실현 매도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내년 휴미라에 대한 독점권이 상실되면서 관련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는 것도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올해 휴미라 매출액이 21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년에는 127억달러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 방향이나 약가 인하 이슈 등도 애브비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다만 월가에선 23명의 애널리스트 중 12명이 ‘매수’ 등급을 2명이 ‘비중확대’ 등급을 제시하고 있다. 이어 중립 7명, 비중축소와 매도가 각각 1명씩이다. 목표주가는 최고가 200달러, 최저 135달러로 평균 163.6달러에 형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현재 주가 대비 14~15%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