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부모가족의 날…편견없는 사회를 꿈꾼다

이영호 서울시 한부모지원센터장
10일 한부모가족의 날…이해교육 필요
  • 등록 2020-05-11 오전 10:55:13

    수정 2020-05-11 오전 10:55:13

[서울시 이영호 한부모지원센터장] 15년쯤 전에 딸을 혼인시키는 지인에게 혼수는 생략하고 집사는 데 보태고 공동명의를 하고 혼수는 둘이 벌어서 하나씩 사도록 하라고 권하는 교수님이 계셨다. 이유는 뜻밖이었다. 어릴 때부터 지켜봤던 참한 친구의 딸이 혼인 몇 년 만에 이혼하는 것을 보고는 내 딸도, 친구의 딸도 이혼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결혼식을 두 번 할 수도 있는데 그것이 일 년 후일지 이 년 후일지 몰라도 그때가 되면 혼수는 가치가 없어지지만, 집값은 그래도 보전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시절이면 대체로 어떻게든 참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에 비해 앞서 가는 생각이었다.

한석봉 어머니도 한부모…자녀 무탈 바라는 마음 같아

이영호 서울시 한부모지원센터장
그동안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한부모와 미혼한부모를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 있다. 한부모가 된 후의 어려움은 다 비슷한데, 한부모가 되기 전의 상황은 다 달랐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첫째, 특별한 사람이 한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한부모, 미혼한부모가 될 개연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대다수 한부모가 공통적인 어려움에 부닥치는데 그 어려움이 개인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적 문제에서 오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가까운 이웃으로부터 학교친구로부터 직장동료로부터 사회 곳곳에서 한부모라는 이유만으로 고통받고 학업이나 취업할 때에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그 이면에는 한부모가정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사회인식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가족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이혼을 하여 자녀를 책임지기 위해 양육을 선택하면 한부모가족인 것이고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경우는 1인가구가 되기도 한다. 어찌 됐건 생별(生別)이든 사별(死別)이든 한 명의 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때 한부모 가족이라 하고 이때, 자녀의 연령은 (한부모가족지원법에서는 아동이라 함)18세 미만이다.

한부모의 ‘한’은 하나라는 뜻도 있지만, 한가위나 한강처럼 크다는 뜻도 있다. 즉 한부모는 혼자서도 충분히 잘 키울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혼 당사자 중에서 자녀를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한부모다. 혼자서 두 배의 노력으로 열심히 살고자 하는 부모이다. 한석봉의 어머니를 떠올려 보면 자녀교육에 열의가 있고, 밤 낮으로 생업에 종사하느라 쉬지 않고 일하는 부모를 생각할 수 있다. 어찌 보면 한석봉의 어머니는 자영업자로서 떡을 만들어 내다 파는 일을 하면서 늦은 밤 아들과 함께 한 공간에서 아들은 글을 쓰고, 어머니는 떡을 썰면서 아들이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세월이 흐르고 흘러 다시 2020년 5월 현재 대한민국 서울에서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던 시점에서 자녀들을 학교로 보내야 하는 생활방역 시점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동안 집에서 부대끼던 것을 생각하면 학교를 가는 것이 나을까? 학교에서 어린 자녀가 거리 두기를 과연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까? 이래저래 걱정이 많다. 하지만 한부모들은 일도 하고 자녀도 돌봐야 하는 엄중한 역할 속에서도 그저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친구들과 잘 지내고 무탈하게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재학생 3명 중 1명 한부모가구 자녀…편견 없는 교육이 시작

서울시 한부모가구는 우리나라 전체 한부모가구(153만가구)의 20%에 해당하는 31만가구다. 미성년자녀양육가구와 한부모가구를 비교하면 전국 미성년 자녀 양육가구 중 한부모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8.2%다. 서울시의 미성년자녀양육가구 중에서는 33.1%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 3명 중 1명은 한부모가구의 자녀인 셈이다.

한부모가족 비중이 커졌지만, 이들은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용기를 내어 찾아간 기관에서 법정한부모가 되고자 찾아왔다고 했더니 ‘나랏돈으로 애 키우시려고요?’라는 말을 듣고 돌아와 서럽게 울었다는 미혼 아기엄마의 이야기부터 딴 나라에 와서 혼자가 되어 아이를 키워야 했던 이주여성에게 도움을 준 학교선생님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마워하는 다문화 한부모까지 경험의 세계는 실로 다양하다.

사회적 편견을 줄이기 위한 한부모이해교육은 그래서 반드시 필요하다. 다행히 한부모가족지원법에 국가 등의 책임자와 한부모가족 지원업무 관련 공무원의 교육 등에서 한부모이해교육을 ‘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으로 명시됐다. 그리고 2017년 5월에 서울특별시 한부모가족 지원에 관한 조례에도 관련 내용이 명시되도록 개정됐다.

이런 교육이 가장 먼저 필요한 곳이 교육현장이다. 학교에 그들의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고 추억이 있다. 그들에게 대표적인 학교 환경은 친구들과 교사이다. 또한 이들은 자녀이기도 하지만 서울시민이고 곧 투표권을 가질 수 있고 머지않아 성인이 될 예비성인들이다. 이들에게 한부모를 포함한 다양한 가족에 대한 폭 넓은 인식이 일반화되었을 때, 양육비대지급의 실현이 가까이 다가온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한 발상일까? 학교에서의 적극적인 변화, 체계적인 한부모이해교육이 시스템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필요하다.

5월10일은 한부모가족의 날이다. 한부모가족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한부모가족의 날이 2018년에 제정돼 올해 두 번째를 맞았다. 한부모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보듬고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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