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최저시급 인상 첫날…"월급 늘어 좋은데 고용 불안감도 늘었죠"

1일 서울 중구 프랜차이즈·편의점·전통시장 돌아보니
시급 1000원 오른 알바생 "근무환경 작년보다 나아져"
"경기는 그대로인데"…점주들은 경영환경 악화 호소
최저임금 밖 전통시장·면세업계…"유커가 희망"
  • 등록 2018-01-01 오후 4:28:14

    수정 2018-01-01 오후 4:28:14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나라는 좀 조용해지고, 시장이나 시끄러웠으면 좋겠어.”(전통시장 상인)

“시급도 올랐으니 열심히 취업 준비해야죠.”(카페 아르바이트생)

“알바생 3명 월급이나 밀리지 않으면 다행입니다.”(편의점주)

새해를 맞아 들어본 유통가(家)의 소망은 소박했다. 지난해보다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 이상 인상된 가운데, 점주와 아르바이트생 모두 임금체불 걱정 없을 정도로 경기가 풀리기를 바랐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줄며 몸살을 앓은 면세점과 남대문 일대 상인들은 한·중 관계 회복을 기원했다.

올라간 최저임금에 점주·시간제 근로자 ‘온도차’

1일 무술년(戊戌年) 첫날을 맞아 돌아본 서울 중구 일대 남대문 시장과 명동거리는 비교적 한산했다. 다만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편의점, 베이커리 아르바이트생들의 목소리만큼은 들떠있었다. 이날부터 최저임금이 전년대비 16.4% 인상되면서 시간당 임금이 기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000원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올라와 편의점에서 두 달 째 일하고 있다는 대학생 김진수(가명·20) 씨는 “처음 점장님이 수습기간을 요구하셔서 지난달까지 시급 6500원을 받았다”며 “최저임금이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시급 인상을) 요구할까 망설였는데, 점장님이 먼저 시급을 최저임금에 맞게 올려줬다. 자취방 월세 부담을 덜었다”며 웃어보였다.

1일 서울 중구 일대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 매장 안.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이데일리 DB)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목소리도 밝았다. 스타벅스의 경우 시급이 지난해 6600원에서 이달부터 7600원으로 올랐다. 종로구 한 스타벅스의 아르바이트생 하미연(가명·22) 씨는 “근무환경이 작년보다 나아져서 기분이 좋다”며 “정부가 도와줬으니 이제 나만 열심히 일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올라간 최저임금 탓에 행여나 직장을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수가 적지 않았다. 실제 5인 미만의 중소형 사업장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몇몇은 새해 들어 아르바이트생을 줄였거나,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편의점에서 업종을 전환해 프랜차이즈 빵가게를 차렸다는 점주 박환구(가명·44) 씨는 “최저임금이 갑자기 많이 오르게 돼 부담스럽다“며 “평일과 주말에 아르바이트생 2명을 쓰고 있는데 장사가 시원치 않아 걱정이다. 경기가 나아지지 않으면 아이엄마와 둘이 운영해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는 업주도 있었다. 한 노래방 점주는 “(최저임금 인상분만큼은 아니지만) 그냥 시급 조금 더 주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이 8시간 반을 근무하는데 그 시간 다 일하는 거 아니지 않나. 앉아있는 시간은 노는 건데 야간근로수당, 주휴수당 이런 거 다 받으려면 다른 데 알아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통시장·면세점 “새해엔 유커 돌아오길”

1일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 새해 첫날 이른 아침부터 시장에는 중국 관광객 등 해외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사진=이데일리 DB)
최저임금 이슈에서 빗겨간 전통시장 상인들은 덤덤하게 새해를 맞은 모습이었다. 앞서 5년간 정부는 한 달에 두 번씩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등 전통시장 지원에 앞장섰다. 그러나 매출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매출은 2005년 27조3000억원에서 2015년 21조1000억원으로 10년간 22.7%가 감소했다. 이 탓에 시장 상인들은 “올해도 큰 기대는 없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남대문 시장에서 9년째 견과류를 팔고 있다는 금원자(68) 씨는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우리 같은 노인네야 집에서 놀아봐야 자식들에게 짐밖에 더 되겠나. 여기(시장)에 부자 되겠다고 나온 사람 아무도 없다”며 “나라에서 우리한테 나쁜 짓이나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씨 옆에서 보세 옷 보따리를 풀던 이창모(57) 씨는 삼삼오오 모인 중국인 관광객들을 가리키며 “젊은이들은 어차피 안 온다. (사드 갈등이) 해결돼서 중국 사람이나 좀 많이 들어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면세점 입구 앞에 중국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있다.(사진=이데일리 DB)
남대문 시장 인근의 롯데백화점 명동점은 1일 휴무일로 문을 닫았다. 그러나 ‘연중무휴’ 간판을 내건 백화점 내 9~10층에 위치한 롯데면세점은 새해 첫날부터 캐리어를 끌고 온 유커들로 붐볐다. 최근 한·중 관계가 개선되면서 중국 정부는 베이징과 산둥 지역의 여행사를 대상으로 한국행 단체상품 판매를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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