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미국은 비난할 자격 있나

  • 등록 2007-03-30 오후 5:10:48

    수정 2007-03-30 오후 5:10:48

[이데일리 정태선기자] 미국이 아시아 7개국가의 외환보유고가 지나치게 많다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자율적인 환율 움직임을 통제하려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 입니다. 그렇지만 세계 제 2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고 있는 일본을 쏙 빼놓고 중국이나 한국 등을 비난한 미국의 볼멘 소리가 곱지 않아 보입니다. 외환시장을 지켜보고 있는 시장부 정태선 기자의 생각을 들어봅니다.
 
중국과 이머징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가 필요 이상으로 많다면서 미국 재무부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미국 재무부 산하의 레셀 그린과 톰 토거슨 국제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이머징마켓의 높은 외환보유고는 축복인가 부담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 중국을 비롯해 대만, 한국, 러시아, 인도,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 7개국이 지나친 외환보유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지나친 외환보유고를 쌓은 국가들은 미국 달러와 환율이 밀접하게 연결된 국가들이며, 외환보유고 축적의 배경에 환율 유연성을 통제하려는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들 이머징마켓 상위 7개국이 계속해서 외환보유고를 축적하고 있지만 한계 수익률은 아주 낮거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은행이 `만년 적자은행`이란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환율 방어를 위해 발행하는 통안증권이 한몫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일면 일리가 있는 듯 합니다.
 
이번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6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1조 7597억원에 달합니다. 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통안증권으로 이와 관련된 이자만 지난해 6조8000억원에 이르니까요.
 
미국은 국가의 경제상태와 이에 걸맞는 균형잡힌 환율을 계산하는 기준을 만들수 있도록 국제통화기금(IMF)이 환율 문제의 연구와 논쟁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비난에 앞서 미국의 원죄를 따져봐야 할 듯 합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의 외환보유고가 늘어난데는 미국이 재정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과도하게 발행했고, 국제적으로 달러화의 유동성을 키운데서 비롯됐다고 볼수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은 달러화에 대해 자국통화 가치가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통안증권 발행과 같은 방법을 통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달러를 흡수하고 있고, 이 돈은 다시 미국의 국채를 사들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환율의 급등락이 가져오는 금융시장의 대변동을 우리는 외환위기를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일시에 우리의 재산 절반이 외부로 떨어져 넘어가는 일을 겪었으니까요. 
 
당국의 개입이 지나치면 시장경제를 저해하지만 국가경제를 해치지 않을 만틈의 방어능력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주장에는 세계 제2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일본이 쏙 빠져 있습니다.
 
저금리 통화인 엔화가 미국 국채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금융자산을 늘리면서 글로벌시장의 한축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외환보유고에 대해서는 미국도 언급을 조심하는 것이겠죠. 
 
일본의 금리와 미국의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경우 오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미국도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피해의 중심에 설 수 있겠죠.
 
환율은 국가간 돈의 흐름이며 관련국가들의 정치 경제 문화 모든 것이 녹아 있는 용광로라고 합니다. 
 
오로지 자신만의 이해만으로 일방적인 목소리를 내놓는 것은 자유롭고 개방된 글로벌 경제의 중심인 미국의 재무부가 할 일이 아닙니다. 아시아 국가들, 특히 일본을 제외한 신흥국들이 피땀흘려 번 돈을 헐값에 빌려다 쓰고도 고마운 줄을 모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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