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대책)10·29대책 `藥`이 될까 `毒`이 될까

두 대책 모두 계기는 `강남 급등`
10·29대책, 투기수요억제에 무게
8·31대책, 공급으로 보완..부작용시 타격은 더 커
  • 등록 2005-08-31 오후 3:19:17

    수정 2005-08-31 오후 3:19:17

[이데일리 김수헌기자] 참여정부 출범 첫 해인 2003년 10·29 대책을 내놓게 된 출발점은 8·31 대책과 다르지 않았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이 계기였다.

강남집값 급등이 계기

10·29대책 당시에도 정부는 "현재 주택가격은 강남을 중심으로 한 거품일 가능성이 있다"며 "주택가격 상승 기대심리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또 "중산 서민층 생활안정과 경제 선순환구조 정착위해 부동산시장 안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러한 정부 관계자들의 언급은 지금 정부 관계자들에 의해 되풀이되고 있다. 같은 문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크게 보면 8·31대책은 10·29대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두 대책의 방향설정에는 큰 차이가 없다. 10·29대책에서도 주거여건이 양호한 양질의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투지수요를 차단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수요와 공급대책 병행에 대한 공감대는 있었다. 그런데 대책에 담긴 내용물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10·29대책은 수요 억제에 무게..8·31대책은 공급 배려
 
10·29대책은 수요억제에 무게를 훨씬 더 실렸다. 8·31대책도 물론 투기수요억제 비중이 높지만 공급쪽에서 상당정도 가시적으로 구체적인 그림들이 나오면서 최소한 균형은 유지되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공급쪽에 무게가 더 실린 느낌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공급확대정책에 대해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벌써부터 퍼부을 정도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10·29대책을 비롯한 과거 정책들이 수요관리에 집중하다보니 6개월 또는 1년 미만의 단기효과를 내는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10·29대책에서는 판교 신도시와 강북 뉴타운 건설이라는 당시로서도 신선하지 않은 공급측면의 대표정책으로 내세웠다. 강북뉴타운과 판교를 통해 강남수요를 분산시키겠다는 것이었다.시장에서는 그 가능성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이번 8·31대책 발표뒤 가진 관계부처 장관 합동 기자회견에서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집값상승은 그와 비슷한 지역의 공급확대로 잠재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서 송파· 거여 200만평 신도시가 나온 배경이다.

10·29대책, 내용에 비해 정부 의지 `물렁`..지원도 못받아

당시 10·29대책 때는 "경기회복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정책수위를 조절하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친절한`설명까지 곁들였다. 시장은 이 대목에서 벌써 정부의 정책적 의지나 강도를 짐작했을 수 있다.  

또 3주택자 양도세 60% 도입 의사를 밝혔지만, 일정 규모 이상 아파트 등에 대한 주택거래허가제 등 당시로서는 상당히 강도가 센 정책들은 정부 스스로 무리가 따를 것으로 판단했는지 `향후 검토과제`로 넘겼다.

이에 비해 8·31대책에서는 송파 거여 200만평 신도시를 조성을 비롯해 김포 양주 옥정 등 기존 택지 1000만평 추가공급, 판교 중대형 확대 등 5년동안 4500만평의 택지확보와 150만 가구 공급을 명확히 했다. 

강북 뉴타운 등 도심광역개발에서 공공부문이 시행자로 참여할 경우 층고제한완화와 용적률 상향조정 인센티브 등도 재차 시장에 확인해줬다. 물론 공공주도의 광역개발의 현실적 가능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다.

또 임대주택 공급 확대, 청약제도 개편, 서민금융지원 등을 통한 실수요 창출 등 새로운 대안들이 많이 제시됐다. 

그리고 강력한 중과세를 통해 2주택 이상 다주택자 보유 물량이 시장에 더 공급될 수 있는 여지도 만들어 놓았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10·29대책도 상당한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진행과정에서 국회로부터 충분히 지원받지 못했다"면서 "종부세도 당시 국회로서는 최선을 다했겠지만 좀 더 개선될 여지가 있는 제도였다"고 말했다. 한 부총리는 또 "공급측면에서도 당초 계획한대로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8·31대책도 당정 추진력 떨어지면 10·29 전철 밟을 수도

한 부총리의 이같은 지적은 바꿔말하면 8·31대책에서는 공급에서 가시적 메시지를 시장에 던져주긴 했지만, `예정된 속도`와 `체계적 추진`이 받쳐주지 못하면 10·29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말로도 이해될 수 있다.  

신도시를 건설해 집값을 안정시켜야 하지만 주변지역이 개발영향을 받아 집값이 들썩이는 현상이 재현되거나 물량공급에만 주력한 나머지 교통. 교육., 환경, 생활편의 등 기본 인프라가 부실할 경우 공급정책은 오히려 시장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수도권 내에 지역에 따라서는 평당 500만원 이하 분양 아파트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상금이 필요없는 국공유지를 제대로 활용하고 시공을 맡을 민간 건설사와의 협의를 통해 분양가를 충분히 낮출 수 있다면 집값 안정과 공급확대에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의 긍정적 효과와 역효과 가운데 시장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10·29대책은 분명히 8·31대책에 대해 약(藥)으로 작용할 수도, 독(毒)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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