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금 간 박스권..기업들, 대응책 준비할 시점

  • 등록 2003-06-16 오후 3:26:25

    수정 2003-06-16 오후 3:26:25

[edaily 최현석기자] 16일 환율이 잠시나마 박스권을 이탈하며 3개월 보름만에 1180원대를 기록했다. 주초부터 환율이 하락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당국을 의식해 낙폭을 조정하기는 했으나, 1180원대 진입은 시간문제라는 견해가 강한 편이다. 당국의 강력한 방어의지에 맞서고 있는 시장이 환율 레벨을 어디까지 낮출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율 추가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둔 기업이나 당국의 대비책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증시·수급 호조+달러 약세..하락세 필연 시장참가자들은 이날 장초반 1189원대 하락은 필연적인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12~13일 이틀간 3000억원을 넘은 외국인 주식순매수중 상당규모가 달러 매물로 대기중인 상황에서 전주말 달러/엔까지 하락세를 보여 달러/원도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것. 거래소에서 외국인은 이날까지 13거래일째 주식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코스닥시장에서도 5일연속 순매수를 기록중이다. 이달 15일까지 무역적자 규모도 지난달 같은 기간 11억8800만달러 적자에 비해 크게 줄어든 4억130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어 월말 무역흑자 규모는 7개월만에 최대치인 전월 12억6700만달러를 능가할 기미를 엿보이고 있다. 계절적 요인으로 정유사 등 결제 수요가 줄어든 반면, 은행권 외화차입이 늘어나는 점도 매물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6~7월중 중장기 차입금 만기도래 규모는 16억9000만달러이나, 신규 차입 예상액은 21억달러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조정을 보이던 글로벌 달러약세가 재개될 기미를 보이는 점도 환율 하락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6월 미시간 소비자신뢰지수와 5월 생산자 물가지수 등 미 경제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무역적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따라 24~25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 추가인하 가능성이 농후해지며 달러에 강세전환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글로벌 통화전쟁에서는 일본이 지속적인 실탄 투하에도 불구, 미국의 `말 한마디`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달러/엔 117엔대 유지를 낙관할 수 없는 시점이다. ◇한-일 개입으로 속도는 조절..분위기 반전은 시기상조 이날 환율이 일시적으로 1180원대로 밀리기는 했으나, 당국 개입이 이뤄지는 한 하락속도는 극히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환율은 지난달 6일이후 지난주말까지 한달이상 1190~1210원 박스권을 유지했다. 지속적인 공급 우위에도 불구, 지난달 7일이후 시작된 당국의 강력한 개입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 덕분에 환율 탄력과 일중 거래이 줄어들었고, 외환시장은 상당히 위축됐다. 지난 5일 거래량은 16억5800만달러에 머물며 연중최저치인 지난 1월27일 16억2600만달러에 근접했고, 11일 변동폭은 2.20원으로 지난해 12월27일 2.10원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달러/원-달러/엔 동향> 이같은 당국의 위력을 실감한 상황이나, 여전히 시장에는 환율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우리당국의 개입 위력을 뒷받침해주는 달러/엔이 일본당국 개입강도 약화로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에 근거하고 있다. 증시호조와 외국인 주식순매수가 지속되는 한 일본과 우리나라 모두 환율 하락을 용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 지난 5일 발행된 외국환 평형기금 채권 1조원(약 8억3000만 달러)이 하루, 이틀 정도 개입으로 소진될 수 있는 규모인데가, 지난해말까지 2조4000억원에 달한 외평기금 적자를 감안하면 추가 발행이나 한도 확대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개입 강도 약화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북핵사태나 SK글로벌 등 대형 악재가 국내 경제에 다시한번 먹구름을 드리우기 전에는 완만하나마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는 상황. edaily폴 참가자 7명중 6명은 이번주 환율 저점이 1185원 이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3명은 1180원선까지 밀릴 것으로 예상했다. ◇1150원 근접 가능성 제기..당국·기업 대응 변화 필요 중장기적으로 환율이 하락세를 지속하며 1150원선 아래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150원은 국내기업중 최대 외환거래 참가자인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이 마지노선으로 잡고있는 레벨. 연평균 환율 1150원을 밑돌면 삼성전자마저도 환손실을 입을 수 있어 대부분 국내기업은 큰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1190원대 박스권에 안주하고 있는 기업들이 서둘러 대책을 수립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단기적인 온실 제공 노력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 금리인하 폭이 커질수록 달러약세 현상도 가속화될 수 있다"며 "정책이 환율 10원 변동에 순익이 결정되는 기업에 초점을 맞춰서는 대중 수출 경쟁력 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역외세력 투기만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환율이 연말에 1100원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 수석연구원은 "정부는 현재 개입이 일시적 방어라는 시그널을 기업에게 보내고, 장기적으로 기업이 1000원선 환율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근본적으로는 부동산 등에 몰린 자금을 수출기업 경쟁력 향상에 쓰일 수 있도록 자금흐름 구조를 개선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환당국인 한국은행에서도 강제적인 환율 하락 저지가 경기 위축과 성장 잠재력 악화 요인이라고 꼬집고 있다. 한은 외환시장팀 김희식 과장은 16일 한 토론회에서 "환율 상승이 수출 증가를 통해 성장을 촉진하는 전통적 효과보다, 자본재 수입비용과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를 통해 투자를 위축킴으로써 성장을 둔화시키는 효과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1190원선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환율이 하룻밤새에 급등락할 경우를 당국과 기업 모두 대비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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