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라스베가스를 떠나며

  • 등록 2003-01-13 오후 4:01:28

    수정 2003-01-13 오후 4:01:28

[뉴욕=edaily 공동락특파원] 라스베가스 카지노 업체들의 화려했던 명성이 주춤하고 있습니다. 휘황찬란한 밤의 열기 속에서 언제까지나 사라질 것 같지 않던 그 조명도 이제는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시들해졌다고 합니다. 국제부의 공동락 기자가 "Leaving Las Vegas"의 숨은 뒷얘기를 한 번 짚어봤습니다. 여러분 라스베가스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 오르세요? 아무 것도 없는 뜨겁고 황량한 사막에 도시를 세우던 벅시 시겔이나 영화 "리빙 라스베가스(Leaving Las Vegas)"에서 주인공 니콜라스 케이지의 뒤로 흐르는 끈적끈적한 배경 음악이 생각나지 않으세요? 시계를 좀 더 최근으로 한 번 돌려볼까요? 세계 최대규모의 정보통신(IT) 기술 전시회인 컴덱스가 열리는 장소도 라스베가스입니다. 매년 1000여개가 넘는 업체들이 참가하고 관람객 숫자만도 10만을 훌쩍 뛰어넘는 대규모의 행사죠. 갑자기 무슨 이국땅 멀리 떨어진 라스베가스냐구요? 그럼 이건 어떠세요.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곽경택 감독의 영화 "참피온"의 실존 주인공인 김득구 선수가 마지막으로 숨을 거둔 곳이 라스베가스에 있는 시저스팰리스호텔 특설링이었다고 한다면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도 무작정 낯선 곳은 아닐 겁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라스베가스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모습은 휘황찬란한 호텔 조명과 그 속의 카지노에서 쉽없이 돌아가는 도박 기계가 아닐까요? 물론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배팅을 거는 사람들의 심각한 모습도 빼놓을 수는 없겠죠. 라스베가스는 미국 네바다주 남부의 황량한 사막 가운데 만들어진 도시로 원래 1931년 후버댐 건설을 담당하던 노동자들의 위락타운으로 조성된 곳입니다. 이후 도박이 합법화되면서 수많은 호텔과 카지노가 건설되고 이를 기반으로 "전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수도"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라스베가스는 도시의 유명세 만큼이나 부정적인 모습도 만만치 않은 곳입니다. 도박과 더불어 마약, 섹스, 마피아 등으로 대표되는 어두운 그림자를 가지고 수많은 영화나 문학작품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죠. 그런데 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라스베가스의 경제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에는 전세계적인 관광산업의 침체로 관광객들의 숫자가 줄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관광객 숫자의 정체는 라스베가스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중추 산업인 카지노 업종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찾아오는 관광객이 줄다보면 당연히 이를 기반으로 하는 업체들의 부진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지난 8일 미국내 2대 카지노 업체인 MGM미라즈는 12월 홀리데이시즌의 영업이 부진해 4분기 실적이 예상치에 못 미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역시 라스베가스를 기반의 카지노 업체인 만다레이리조트도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증권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카지노 종목들에 대한 투자의견을 일제히 낮췄고 그 불똥은 동종업체인 해라엔터테인먼트와 파크플레이스엔터테인먼트에도 옮겨붙었습니다. 하지만 더욱 보다 심각한 것은 이들의 향후 전망 역시 밝지가 않다는 겁니다. 만달레이의 CEO인 글렌 쉐퍼는 "12월의 부진한 매출이 올해 내내 이어질 수도 있다"며 "홀리데이시즌의 매출은 다른 시즌과 달리 연간 수요 패턴을 가늠케 하는 지표"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전문가들 역시 이같은 부정적인 전망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UBS워버그의 애널리스트인 로빈 패리는 "라스베가스에서 향후 상당 기간 동안 카지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이와 관련한 주식 매수를 자제하도록 권고했습니다. 그렇지만 일부에서는 미국 경제의 침체 외에도 라스베가스 카지노 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자체적인 문제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합니다. 이들은 라스베가스의 카지노 업체들이 과거의 구태의연한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적극적이고 보다 새로운 마케팅 전략도 구사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베어스턴스의 애널리스트인 제이슨 에더는 "라스베가스 카지노 업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새로운 영업 전략이 없다는 것과 다른 산업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고객유인책이 전무하다는 점"이라며 "지난 3년간에 걸친 카지노 주식의 랠리가 올해는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밖에도 각 지방정부가 부족한 세원을 확보하기 위해 우후죽순 격으로 카지노에 대한 인허가를 남발하고 있다는 점도 라스베가스의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흔히 카지노와 같은 도박산업을 다른 산업이 다 몰락해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산업 중에 손꼽곤 합니다. 그만큼 도박이 인류와 함께 한 뿌리가 깊고 강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말일 겁니다. 그러나 경제의 침체라는 피할수 없는 파도와 경쟁 심화 그리고 그 경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이끌어갈 자세가 없다면 "도박불사"(?)의 신화도 언젠가는 무너지고 말겁니다. 아무리 종국에는 돈을 잃는 것이 당연한게 도박이라지만 소비자들은 슬롯머신 앞에 서기 전까지는 이성적인 존재로 남을테니까 말이죠. 과연 라스베가스 카지노 업체들의 운명은 "Living in Las Vegas"일까요, 아니면 "Leaving Las Vegas"일까요?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한번 베팅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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