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김애란…거짓말이라는 구원

이중 하나는 거짓말
240쪽|문학동네
13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성장하지 않아도 괜찮아"
  • 등록 2024-08-30 오후 1:30:21

    수정 2024-08-30 오후 1:35:21

작가 김애란은 “쓰고 읽는 일은 직업이기 이전에 존재의 방식”이라며 “존재 방식을 포기하지 않으려 열심히 썼다”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아주 가끔, 거짓말 같은 현실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아니, 좀 더 적확한 표현을 찾는다면 거짓말이길 바랐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어떤 거짓말에 기대고, 또 어떤 말에 웃고, 다쳤을까.

다시, 김애란(44)이다. 소설가 김애란이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신작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문학동네)이다.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2011, 창비) 이후 13년 만이다. 손꼽아 기다린 독자들도 애정을 쏟아냈다. 27일 출간한 소설은 이미 예약 판매만으로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올랐다.

김애란은 이번 장편에 대해 “뒤집어진 가족 소설이자 성장소설”이라며 “처음에는 ‘나’에 몰두하다 종국에는 ‘타인’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내 고통만큼 타인의 슬픔과 아픔을 이해하게 되는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성장은 시점 바꾸기…반려동물도 가족

소설은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을 맞이한 지우, 채운, 소리라는 세 아이가 우연한 계기를 통해 서로의 비밀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시절을 통과해나가는 이야기다.

최근 엄마를 잃은 ‘지우’는 엄마의 애인 선호 아저씨를 떠나 반려도마뱀 용식과 산다. 경제적 이유로 막노동에 나선 지우의 도마뱀을 맡아주기로 한 ‘소리’, 비극적 사건으로 가족 해체를 겪은 ‘채운’은 지우가 인터넷에 올린 웹툰을 통해 자신을 마주한다.

작가는 ‘사건의 반전’으로 인해 일어나는 정서의 반전을 공들여 그려나간다. “그해 우리 셋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했고 처음으로 가까워졌다. 그건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다는 뜻이었다.”

김 작가는 “보통 성장이라고 하면 성취를 떠올리는데 소설에는 그와 반대로 무언가를 그만둔 아이들이 나온다”며 “‘성장’의 의미를 다르게 바라보고 싶었다. 재능이 구원이 되는 이야기는 되지 않았으면 했다”고 말했다.

제목은 소설 속 담임이 제안한 자기소개 방식에서 따왔다. 새 학기를 맞아 담임은 학생들에게 다섯 문장으로 자기소개를 하되, 그 중 하나는 반드시 거짓을 섞으라고 주문한 뒤 아이들이 알아맞히도록 한 규칙이다.

작가는 “성장이란 내가 더 자라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쩌면 ‘시점 바꾸기’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내 안에 들어와 그 사람의 자리가 더 커져가는 것”이라고 했다. 세 아이가 시점을 바꿔 가는 사이, ‘때로 가장 좋은 구원은 상대가 모르게 상대를 구하는 것’(202쪽)임을 천천히 배워나간다.

‘가족’은 그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주제다. 이번 장편에서도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김 작가는 “한국은 피로 연결된 끈끈한 점성의 힘이 강한 사회였지만, 때로는 그 끈적끈적함과 점성이 건강하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끔찍할 때도 있다”면서 “어려운 순간 힘이 되어 준 반려동물, 나랑 피는 안 섞였지만 나를 진심으로 도와주려 하는 아저씨, 이들 또한 가족의 이름으로 불려도 되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애란(사진=문학동네ⓒinboil).
김애란이라는 ‘시절’

‘문단의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 ‘문단 여동생’ 등…. 2002년 22세의 나이로 등단한 소설가 김애란은 그렇게 불렸다. 요즘엔 ‘젊은 거장’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올해로 작가생활 23년 차를 맞은 김 작가는 자신의 별명을 ‘교복’에 빗댔다. “처음 학교에 들어가면 무럭무럭 자랄 것을 기대하며 큰 교복을 맞추듯, 앞으로 더욱 좋은 글을 기대한다는 의미로 붙여준 말이라 생각합니다.”

김애란 특유의 문장 감각과 오랜 여운을 남기는 상징적 문장들도 여전하다. “누군가 빛나는 재능으로 고향을 떠나는 이야기, 재능이 구원이 되는 이야기, (중략) 그보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자신이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 아님을 깨닫는 이야기, 그래도 괜찮음을 알려주는 이야기에 더 마음이 기울었다.”(232쪽)

절대 슬프다고 말하지 않으면서 낮고 축축한 곳, 시시하지만 때론 소소한 행복이 반짝이는 더러 서러운 일상(기분)을 알아채 대신 말해준다. 그렇기에 우리로 하여금 다시, 꾹꾹 눌러 읽게 만든다.

김애란은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삶은 우리를 계속 상처 입힐 테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 마지막에 좋은 이야기를 남기고, 의미 있는 이야기 속에 머물다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시절을 ‘툭’ 건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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