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뇌에도 영향?…영국 연구진 “기억 관련 회백질 양 감소”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코로나19 감염의 부작용으로 후각과 기억 등과 관련된 뇌 부위의 회백질이 감소하는 구조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401명의 코로나19 감염자 중 가장 많은 회백질을 잃은 뇌의 부분을 표시한 두뇌의 디지털 모델. (사진= NYT)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 그웨나엘 두오드 교수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에게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보다 더 큰 회백질 조직 손상이 유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확진자 401명과 비감염자 384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비교한 결과로, 경증 코로나19를 앓은 사람들도 회백질 양이 감소하고 뇌 노화현상이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참여자들은 2012년 시작된 영국 건강 데이터베이스 사업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참여한 51∼81세 장년층과 노년층이었다. 50만명의 데이터 베이스 중 코로나19 환자 401명과 비 감염자 384명을 비교했다.

우선 코로나19 확진자는 2020년 3월부터 2021년 4월 사이에 코로나19에 걸렸으며, 입원 치료를 받은 15명 외에는 모두 경증을 보였다. 비교군은 감염자들과 비슷한 연령과 건강상태, 사회·경제적 배경 등을 가진 이들로 구성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가들을 대상으로 확진 판벙을 받기 전과 감염 4.5개월 후 이들의 뇌를 MRI로 촬영해 비교하고, 이를 비감염자들과 다시 비교했다.

그 결과 감염자는 기억·후각 관련 부위의 회백질 양이 비감염자보다 많이 감소한 것으로 관찰됐다. 예를들어 정상적인 노화로 인해 감소하는 기억 관련 영역의 회백질의 양은 매년 0.2∼0.3% 정도지만, 코로나19 확진자들은 감염된 지 4개월 반 만에 대조군에 비해 더 많은 회백질이 감소했다.

조사 기간인 3년 동안 또다른 뇌의 영역에서 회백질이 비감염자들보다 0.2∼2% 추가로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의 뇌에서는 확진 후 4~5개월까지 후각 및 기억과 관련된 영역인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과 해마곁이랑(parahippocampal gyrus)의 회백질 손실 등의 변화가 나타났고, 후각피질 영역의 손상과 뇌 크기의 전반적 감소 경향도 확인됐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 중 코로나19로 입원까지 한 사람은 15명에 불과하며, 이들의 뇌 위축은 경증 코로19 환자들에 비해 심했다.

(사진= 픽사베이)

또 코로나19를 앓았던 사람들은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주의력과 효율성 등을 측정하는 인지 테스트를 수행하는 데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오래 걸렸다. 해당 테스트는 치매와 관련된 인지 장애를 진단하고 뇌 기능 및 정보처리 속도를 측정하는 신경심리 검사법인 ‘선 추적 검사’(Trail Making Test)다. 감염자와 감염되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커졌다.

이번 연구의 주 저자인 두오드 교수는 “인지 테스트가 초보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이번 연구가 코로나19 환자들의 회백질 손상이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간단한 기억력 테스트에서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나쁜 성적을 받지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NYT는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가치 있고 독특한 결과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뇌의) 변화의 영향의 불분명하고 그 피해가 영구적이거나 사고와 기억 등 다른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암시하지는 않는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저자들은 뇌 변화의 원인에 대해 다른 연구에서 발견된 염증이나 감각적 박탈감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