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들은 은행들과 실명계좌 인증을 필수로 해야한다. 그러나 은행들이 자금세탁 사고 등의 위험과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지위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제휴에 소극적이다. 다음달 은행들과 제휴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4대 거래소의 무사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업비트, NH농협은행은 빗썸·코인원, 신한은행은 코빗과 실명계좌 인증 제휴 연장을 검코하기 위한 ‘가상자산 사업자 자금 세탁 위험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부터 업비트에 대한 평가 준비를 시작했다. 서면 중심의 심사에 들어간 상태다. 농협은행도 빗썸과 코인원으로부터 평가를 위한 자료를 넘겨받았고 실사 중이다. 신한은행은 이번 달 들어 코빗에 대한 서면평가에 들어갔다.
|
좁아진 제휴의 문..4대 거래소도 안심 못해
업계에서는 4개 거래소와 은행들의 재계약 연장을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재계약에 성공하지 못하면 폐업 등 최악의 상황을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업비트가 서둘러 30여개의 잡코인을 무더기로 상장 폐지하는 등도 ‘일말의 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 실명계좌 검증이나 특금법 과정에서 잡코인이 많을 수록 ‘안정성’ 감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빗썸은 지난 4월 23일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빗썸 실소유주인 이 모 전 빗썸홀딩스, 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따른 법률(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대주주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면서 “실명인증계약 연장을 받을 수 있도록 성실히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도 추가적으로 거래소 검증 작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자금 세탁 사고 연루 위험 등을 우려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9월 이후 거래소들의 줄줄이 파산을 예상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개입을 꺼리고 있다. ‘은행의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라는 우려 때문이다.
한편 암호화폐 사업자가 자기 거래소를 통해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업계에서 일부 경우는 예외로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수료로 받거나 비거주자로부터 세금 납부를 위해 원천 징수한 가상화폐를 환전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기간인 내달 27일까지 거래소들이 정식으로 의견을 내면 이를 토대로 예외 조항이 필요한지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