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줄 쥔 은행, 4대 암호화폐 거래소 실사 착수

케이뱅크·NH농협·신한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검증
실명인증 재계약 실사, 불발시 폐업까지 고려해야
중소거래소, 은행 거부로 제휴 난항…당국 "개입 불가"
  • 등록 2021-06-20 오후 5:00:10

    수정 2021-06-20 오후 9:34:16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은행들이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가상자산 사업자’(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검증을 본격 시작했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운명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바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들은 은행들과 실명계좌 인증을 필수로 해야한다. 그러나 은행들이 자금세탁 사고 등의 위험과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지위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제휴에 소극적이다. 다음달 은행들과 제휴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4대 거래소의 무사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평가 시작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업비트, NH농협은행은 빗썸·코인원, 신한은행은 코빗과 실명계좌 인증 제휴 연장을 검코하기 위한 ‘가상자산 사업자 자금 세탁 위험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부터 업비트에 대한 평가 준비를 시작했다. 서면 중심의 심사에 들어간 상태다. 농협은행도 빗썸과 코인원으로부터 평가를 위한 자료를 넘겨받았고 실사 중이다. 신한은행은 이번 달 들어 코빗에 대한 서면평가에 들어갔다.

자료 : 업계
이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가 나서 마련한 ‘위혐평가 방안’ 가이드라인에 따라 ‘필수 요건 점검’을 하고 있다. 은행들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았는지, 금융관련 법률을 위반했는지, 이용자별 거래 내역과 사기 연루가 됐는지, 외부 해킹 등을 당한 적이 있는지를 문서·현장실사 등을 해야한다.

서면 평가를 통해 필수 요건이 마무리되면 항목별로 점수를 매기는 정량평가를 거쳐 자금 세탁 위험과 내부 통제 적정성 등을 평가한다.

좁아진 제휴의 문..4대 거래소도 안심 못해

업계에서는 4개 거래소와 은행들의 재계약 연장을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재계약에 성공하지 못하면 폐업 등 최악의 상황을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업비트가 서둘러 30여개의 잡코인을 무더기로 상장 폐지하는 등도 ‘일말의 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 실명계좌 검증이나 특금법 과정에서 잡코인이 많을 수록 ‘안정성’ 감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빗썸은 지난 4월 23일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빗썸 실소유주인 이 모 전 빗썸홀딩스, 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따른 법률(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대주주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면서 “실명인증계약 연장을 받을 수 있도록 성실히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파생금융상품(DLF)·라임사태 등 여러 금융 사고로 곤욕을 치른 은행 입장에서 거래소의 평판과 지속 가능성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거래소와의 제휴는 은행 입장에서는 별다른 실익도 없는데 사고에 대한 책임과 사회적 지탄까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4대 거래소는 은행들의 심사라도 받을 수 있어 상황이 나은 편이다. 다른 거래소들은 실명계좌 발급 상담을 위한 은행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3~4월까지만 해도 몇몇 거래소와 지방은행 간 제휴설이 확정적으로 돌았지만, 이마저도 수면 밑으로 들어간 상황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거래소와 제휴할 의사가 없는 것을 내부적으로 방침을 정했다”고까지 말했다. 케이뱅크와 업비트와의 사례처럼 곧 출범하는 토스뱅크와의 제휴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토스뱅크의 정식 출범은 빨라야 9월 중순 이후다. 9월까지 제휴 은행을 찾아야 하는 거래소에게는 시간적으로 촉박하다.

시중은행들도 추가적으로 거래소 검증 작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자금 세탁 사고 연루 위험 등을 우려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9월 이후 거래소들의 줄줄이 파산을 예상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개입을 꺼리고 있다. ‘은행의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라는 우려 때문이다.

한편 암호화폐 사업자가 자기 거래소를 통해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업계에서 일부 경우는 예외로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수료로 받거나 비거주자로부터 세금 납부를 위해 원천 징수한 가상화폐를 환전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기간인 내달 27일까지 거래소들이 정식으로 의견을 내면 이를 토대로 예외 조항이 필요한지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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