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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 축소 영향 상반기 판매량 8.6%↓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미국시장 전략을 판매 볼륨 확대에서 렌터카 등 플릿(Fleet) 판매 축소를 통한 수익성 증진 등 내실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플릿 판매란 관공서와 기업, 렌터카 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꺼번에 대량으로 판매하는 것으로 개인 소매 판매보다 수익성이 낮다.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플릿 판매를 축소하고 소매판매를 확대하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005380)는 올 상반기까지 플릿 판매를 전년 동기 대비 30% 수준 감축했으며, 기아차(000270) 또한 약 20% 축소했다. 플릿 판매를 대폭 줄이면서 현대·기아차의 미국 전체 판매는 감소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6월 현대차는 미국에서 총 5만4507대를 판매해 19.3% 감소했으며, 기아차는 5만6143대를 판매해 10.3% 하락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양사 합산 64만209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줄었다. 현대차는 34만6000대로 7.4%, 기아차는 29만6000대로 9.9% 감소했다.
GM 등 빅3도 도매 축소 추세
실례로 GM은 미국시장에서 플릿 판매를 2014년 70만대에서 2015년 66만대, 2016년 59만대로 매년 축소했다.
플릿 판매 축소 등으로 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판매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포드는 129만4000대를 판매해 3.8% 감소했으며, GM과 도요타는 141만4000대, 115만5000대를 판매해 1.7%와 3.6% 각각 감소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혼다 역시 6.6%, 0.1% 각각 하락했다.
올해 미국 자동차 산업수요는 1700만대 초반으로 지난해 1753만9000여대에서 축소될 것으로 전망돼 각 업체들은 대응전략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플릿 판매보다 소매 판매에 집중하는 것은 수익성 확보와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중고차 잔존가치를 유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중고차 잔존가치 하락은 추후 추가적인 인센티브 확대를 야기하고 이는 다시 잔존가치를 더욱 하락시키는 악순환을 야기하는 만큼 이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판매비중 세단→RV 과정이기도
또한 최근 세단형 승용차 판매 감소 추세에 따라 전체적인 판매 믹스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레저용(RV) 자동차로 맞추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플릿 판매의 40~50%는 승용차가 차지하고 있어 플릿 판매를 축소하면 자연스럽게 승용형 자동차 판매 비중이 감소한다.
GM, 포드, FCA 등 미국 빅3는 승용차 생산 공장에 대해서는 가동 일시 중단, 교대 근무조 축소 등 대책을 내놓는 대신 SUV 생산라인은 휴가 기간 축소, 생산 차종 변경 등을 추진하는 등 승용차 판매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이 외에도 우버 같은 자동차 공유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플릿 판매 위주의 사업전략은 반드시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당분간 판매가 감소하더라도 지속 성장을 위해 전략적 조정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뒤늦게 후방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급급하기 보다는 시장 수요 중심의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하반기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달부터 쏘나타 페이스리프트와 신형 i30를 시장에 내 놓을 예정이며, 4분기와 내년 초에는 신형 엑센트와 프라이드, 소형 SUV 코나를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