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아! 저축은행이 밉다"

저축銀 사태로 2명 자살..담당 임직원 뇌물사건 잇달아 연루
담당국장 임원승진 11년간 1명..인사 푸대접, 기피부서 전락
  • 등록 2011-08-04 오후 4:11:50

    수정 2011-08-04 오후 5:28:56

[이데일리 김춘동 기자] 지난 3일 김장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한강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하면서 금감원과 저축은행의 질긴 악연이 새삼스럽게 회자되고 있다.

양측의 불편한 관계는 금감원 설립 직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칭이 상호신용금고 시절이던 당시 장내찬 비은행검사 국장이 동방금고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배를 받다가 여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엔 금감원 부산지원 수석조사역이던 김모 씨가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다. 저축은행 담당부서에서 한 번도 근무한 적이 없는 김씨는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다음 날 계열 저축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한 사실로 심리적인 압박이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올해만 해도 벌써 10명에 가까운 금감원 임직원들이 구속되거나 기소된 상태로 현재 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김중회 금감원 전 부원장은 그나마 명예를 회복한 경우다. 김 전 부원장은 2007년 저축은행 인수를 도와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까지 됐다가 2008년 결국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 기간중 부원장직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었고 구속수감 과정에서 큰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저축은행 담당부서는 금감원 내에서도 대표적인 기피부서로 꼽힌다. 저축은행은 100여곳에 이르는데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매년 한 두 곳 이상 망해나가면서 금융사고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주주와 경영진의 도덕성이 떨어져 유혹의 손길도 많다. 특히 뇌물사건의 경우 뇌물을 준 사람의 말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어 금감원 내에서도 `잘못 걸리면 끝`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반면 저축은행 담당부서 출신들은 금감원 내부에서도 그 동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은행과 증권, 보험 등 3대 금융권역 어디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감원 설립 후 지난 11년간 저축은행 국장을 역임한 사람만 무려 15명이 넘는다. 잠시 거쳐가는 자리로 인식되다 보니 국장 한 사람이 임기를 채 1년도 채우지 못했다는 의미다. 저축은행 국장 출신 가운데 임원에 오른 경우는 김중회 전 부원장이 유일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가 기본적으로 유혹이 많은데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다보니 담당부서를 기피할 수밖에 없고 또 외부에서도 문제가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최근 국회 보고자료에서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한 원인으로 "그 동안 저축은행 담당부서는 빈번한 금융사고 처리 등으로 기피부서로 인식되면서 우수인력 확보에 애로가 있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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