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F 2011]미래학자 왓슨 "금융과 의료가 M&A한다면"

중국 고령화 심각..생수제품도 라이프스토리 담아야
복수의 미래 가능성.."미래는 발명하고 만들어가는 것"
  • 등록 2011-06-15 오후 2:28:19

    수정 2011-06-15 오후 4:06:27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15일 이데일리의 `세계전략포럼 2011` 둘째 날 세계 3대 미래학자로 꼽히는 리처드 왓슨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핵심 트렌드를 6가지로 정리해 강연했다.

하지만 미래 전망보다도 관중들의 흥미를 더 끌었던 내용은 미래를 예측하는 정교한 분석툴과 사고방식이다. 고기를 주기보다 고기잡는 법을 알려주는 강연이었다는 평가다.

▲ 미래학자 왓슨이 일반세션에서 도표를 보며 프리젠테이션하고 있다.(사진=권욱 기자)
◇ 중국에서도 고령화 마케팅 전략 고려해야

리처드 왓슨은 이날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회를 6가지 핵심 트렌드로 정리해 소개했다. (표 참조) `불안감`(Anxiety)이라는 다소 생소한 변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잘 알려진 사회 변화의 단면들이다.

그 역시 "수십년간 연구과정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주제로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트렌드"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정교하고 종합적인 분석툴을 엿볼 수 있다. 첫번째 트렌드로 제시된 인구학적 변화를 살펴보자. 이미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로 소비 패턴이 달라지고 있으며, 이런 변화가 기업과 정부,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목해왔다. 리처드 왓슨도 이런 변화에 주목하면서 한발 더 나간 분석을 한다.

리처드 왓슨은 "고령화보다는 출산율 감소가 화두가 되고 있으며, 특히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에서도 이런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에서도 생산인구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어떤 관점에서는 중국이 부자되기 전에 고령화의 문제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시장 공략 전략을 짜고 있는 기업이라면 고령화되고 있는 중국의 부자들을 마케팅 타깃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 금융회사와 의료업체가 M&A하는 사회   리처드 왓슨의 현실 분석과 미래 예측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회현상을 유연하고 독창적으로 알기 쉽게 풀어내는 점에서 탁월했다.

왓슨은 이날 제시한 6가지 핵심 트렌드 중 기술혁신 분야와 관련, "특히 유전공학이 흥미롭다"며 "미래에는 금융회사와 의료회사의 M&A(인수·합병)이 활발해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유전공학의 발달로 미래 특정시점에 어떤 질병에 걸릴 확률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이에 대비해 금융회사가 보험과 저축상품을 팔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 "인구학적 변화가 통계학에 기반한 가장 확실한 추세라면 지속가능성은 가장 불확실한 트랜드"라고 말한다. 인류의 경제 활동이 기후변화를 초래할 수는 있지만, 이 과정에서 환경규제나 소비패턴의 변화와 같은 반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는 의미다.

그는 "그럼에도 중요한 사실은 앞으로 15년 20년이 흐르면 유가가 배럴당 170달러 이상의 시대가 도래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라며 "그런 시대가 오면 유가 170달러 이하 사업모델은 유효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단정했다.

스스로를 `냉소적 낙관주의자`(cynical optimist)라고 칭하는 리처드 왓슨은 "그렇지만 희소식은 있다"고 말한다. 글로벌 위기상황이 혁신과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 이런 상황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투명성에 대해 더 높은 요구를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와인 라벨처럼 생수에도 산지, 제조업체, 제조시기와 방법 등 제품 라이프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 복수의 미래 존재..미래예측은 발명 작업 리처드 왓슨은 미래를 예측할 때는 "트렌드와 역(逆)트렌드를 함께 고려하라"며 "특히 강력한 트렌드는 필연적으로 역트렌드를 불러온다"고 강조한다.

글로벌화 지역화를 동반하고 패스트푸드가 슬로푸드라는 반작용을 낳는 식이다. 그는 "가상 현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역으로 오프라인상의 인간관계가 중시되고 있다"며 "다운로드로 간담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에 현장 공연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리처드 왓슨은 또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지만 미래를 발명하고 만들어 나갈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독서, 대화, 여행 등 사고를 할 수 있는 정보소스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리처드 왓슨은 이를 둘고 SF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을 인용, "미래는 이미왔다. 배분이 안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0년뒤 14살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할 거냐고 물어보면 서울이나 동경에 가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리적 환경이나 역사적 배경에 따라 과거와 현재, 미래가 현재 시점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의미에서 "미래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미래 가능성이 복수로 존재할 뿐"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왓슨은 사회적 활동성과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태도를 바탕으로 ▲모어리즘(Moreism) ▲개인 요새(Personal fortress) ▲스마트플래닛(Smart planet) ▲이너피즘(Enoughism) 등 4가지 미래상을 제시하면서, "한집에 살고 있는 식구 4명의 마인드가 다 다르듯, 4가지 시나리오는 공존과 혼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모어리즘은 많은 자원을 소비해야 하는 사회로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개인 감옥은 독재사회처럼 소비와 사회활동을 차단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라며, 스마트플래닛과 이너피즘의 중간단계나 혼합형태의 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플래닛은 기술 혁신과 발전이 사회시스템을 지탱하는 사회며 이너피즘은 자원을 더 적게 소비하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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