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그룹은 최근 몇년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급성장해 온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금호는 대우건설로, 두산은 밥캣 인수로 인한 M&A 후유증을 겪고 있는 점도 닮았다.
그러나 양 그룹이 당면한 구조조정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과 그에 따른 시장의 평가는 대조적이다. 두산(000150)에는 찬사가, 금호에 대해서는 질타가 주종을 이룬다.
시장이 두산에 보내는 찬사의 요체는 기민성과 과감성이다. 시장은 두산이 발빠르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관련 우려를 상당부분 불식시켰다고 보고 있다. 반면 금호에 대해서는 안이한 상황 인식으로 화(禍)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시장이 수차례 신호를 줬지만 금호는 `설마`하는 안이한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좀 더 빨리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면 지금처럼 궁지에 몰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올해 말로 권리 행사일이 다가온 3조5000억원 규모의 대우건설(047040) 풋옵션을 금호가 사실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고, 대우건설 경영권을 넘기라고 통보한 바 있다.
시장은 한때 금호가 상황을 직시하고 빠른 대응에 나서는 줄 알았다. 실제로 지난해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풋옵션 행사 대응을 위해 4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시장에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그리 오래지 않아 시장으로부터 진정성을 의심받기 시작했다. 1년 넘는 시일이 흘렀지만 금호가 한 것이라곤 대한통운 유상감자 뿐이었다. 유상감자도 금호가 대한통운을 인수할 당시부터 예정됐던 것이라 실제 보여준 자구노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혹평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두산은 어땠을까.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 당시와 다를바 없이 두산 역시 국내 금융권을 총동원해 49억달러에 달하는 `밥캣`을 지난 2007년 인수했다. 당시 인수 대금의 대부분을 은행 차입으로 해결한 터라 현재 두산이 느끼는 재무부담이 금호 못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늘(3일) 미래에셋 등 국내 사모투자펀드(PEF)들과 의기투합해 두산DST, SRS코리아(버거킹, KFC), 삼화왕관, KAI 지분 등 4개 계열사를 매각 한번에 63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두산과 금호의 이 같은 모습은 시장의 인식 차이로 분명히 나타났다. 대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민유성 행장은 최근 사석에서 "두산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지만 금호는 걱정이다"라는 말까지 한 적이 있다.
금호는 "대우건설을 넘기라"는 산업은행의 최후통첩에 "제3의 재무적 투자자 유치가 임박했다"며 7월말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은 이미 대우건설 매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결국은 시장의 신뢰가 관건"이라며 "두 그룹 모두 대형 M&A로 큰 빚을 졌지만, 한쪽은 신뢰를 잃는 바람에 끌려가며 구조조정을 당하고 있고, 한쪽은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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