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 재벌총수 릴레이 회동` 무슨 얘기 오갔나

일자리 나누기에 공감.."대규모 해고 없다"
적극적 투자 요청엔 대기업 총수 `시큰둥`
구조조정 세제지원 등 건의..상생협력 추가 참여
  • 등록 2009-03-12 오후 2:54:00

    수정 2009-03-12 오후 2:54:00

[이데일리 안승찬기자]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초부터 한달여간 대기업 총수들을 릴레이로 만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출신인 이 장관은 지난해 장관 취임 직후에도 대기업 총수와 돌아가면서 만남을 가졌고, 취임 1년을 맞은 올해 다시한번 자리를 만들었다.

이번 릴레이 회동에서 대기업 총수들은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등에 공감하고 협력업체들과의 상생협력에 참여할 의사도 내비쳤지만, 투자 확대 부분에서는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 12명 총수와 개별 접촉..주제도 넓었다

이번에 이 장관이 만난 총수들은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허창수 GS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윤우 삼성 부회장 등 총 12명에 달한다.

이 장관은 지난달 6일 LG를 시작으로 SK 두산 STX GS CJ 한진 코오롱 한화 삼성 현대차 LS그룹 총수를 연이어 만났다. 이 장관은 대기업 총수들의 개별 일정에 맞춰 점심이나 저녁을 먹으며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다.

대화의 주제도 지난해보다 더 넓어졌다. 지난해 이 장관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투자 확대`를 주로 당부했지만, 이번에는 투자 확대 뿐 아니라 일자리, 수출, 상생협력 등에 대한 논의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가 오갔다.

이 장관과 대기업 총수들과의 회동에 대부분 참석한 조석 지경부 성장동력실장은 "기업과의 소통을 통해 정부 정책을 소상히 설명하고 기업애로를 직접 청취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앞으로도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는 자리를 지속할 계획이다. 실물경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내달에는 중소기업인들과 만나는 자리도 만들 계획이다.

◇ 최대 관심사는 역시 `일자리`

이 장관이 대기업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장 많이 강조한 것은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이 장관은 "상황이 어렵고 일자리 나누기가 단기처방이라는 점도 이해하지만, 공동의 노력 필요하다"며 대기업의 일자리 나누기 동참을 독려했다.

특히 이 장관은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고, 위기상황이 지난 이후 회복시기를 대비하는 기업 경쟁력 확보 차원의 의미도 있다"고 강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또 기업들의 일자리 나누기를 지원하기 위해 세제혜택을 늘리고, 고용유지 지원금, 직업능력개발 지원금 등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대기업 총수들은 인턴 채용 등을 확대하겠다고 화답하는 등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 장관은 이날 경제5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도 "대기업 CEO들과의 연쇄 면담을 통해서 대량해고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전경련은 이날 오후 회장단 회의에서 올해 재계의 일자리 관련 합의문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 적극적 투자 요청에 총수들 "글쎄요.."

기업들의 투자 확대 문제도 이 장관과 대기업 총수들간에 오갔던 주제다. 경기침체가 걱정인 정부 입장에서는 그나마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의 투자확대 여부가 일자리만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 실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설득했고, 총수들도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면서도 "하지만 투자는 기업 입장에서 어려운 문제라 기업들도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 회동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투자 문제에 있어서는 총수들도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일부 총수들이 지난해보다 투자를 줄이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힌 정도가 그마나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조 실장은 "아무래도 민감한 문제다보니 총수들은 규모 뿐 아니라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신성장동력과 그린에너지산업 등 녹색성장동력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지경부의 R&D 예산 4조원 중 상당부분을 신성장동력과 그린에너지산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비치기도 했다.

◇ 구조조정 세제지원 등 28건 건의

대기업 총수들은 이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총 28건의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풀어나가겠다"며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실장은 "총수들과의 허울없는 자리였기 때문에 구체적인 개별 기업들의 건의사항을 밝힐 수는 없다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의 사항에는 구조조정 관련한 세제지원과 제도개선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해 구조조정 목적의 부동산 양도차익 과세를 이연해주고 기업들간의 주식교환시 양도차익 과세도 이연해달라는 요구다.

또 기업회생절차가 들어가면 신청 즉시 채권자들의 변제요구를 자동으로 중지시켜주는 통합도산법 개정안의 조속한 입법 추진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 대기업이 상생협력 앞장서라

이 장관은 총수들과의 회동에서 정부의 중소기업과의 상생보증프로그램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하기도 했다.

정부의 상생보증프로그램은 대기업이 일정 금액을 출연하면 그 금액만큼 은행에서 출연하고, 이 둘을 합한 금액의 16.5배 한도로 협력업체에 신용보증을 해주는 제도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협력업체들이 출연 금액의 33배 규모의 신용보증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또 출연금 일부에 대해서는 세제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 포스코, 하이닉스 등이 삼생협력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조 실장은 "총수들을 만나 상생협력프로그램의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면서 "그러면 대기업들도 좀더 쉽게 프로그램 참여를 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2차 상생보증프로그램 참여자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이 장관과 총수들의 회동에 따른 성과를 자신하기도 했다.

한편 수출과 관련해 이 장관은 총수들에게 "정부가 총력 지원체제 갖추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1~2월 수출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경쟁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선전해 기업들의 노력에 감사한다"는 덕담을 건냈다.

이에 총수들도 "기업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나가겠다"고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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