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선 다시 붕괴..`희망이 무너졌다`

금융위기 이은 경기침체 현실화로 공포심리 증폭
美자동차 빅3, 건설사 부도우려로 불확실성 커져
  • 등록 2008-11-20 오후 5:47:55

    수정 2008-11-20 오후 5:56:11

[이데일리 손희동기자] 코스피지수가 다시 세자리 지수대로 내려앉았다.

시장은 이미 지난달 세자리 지수대를 한번 경험한 터라 외적인 충격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희망의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내적인 공포는 오히려 더 컸다.

`금융위기에서만 벗어난다면`이라는 희망은 시시각각 현실화되고 있는 글로벌 디플레이션의 공습 앞에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기업실적 악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자동차 빅3와 국내 건설사에 대한 부도 우려는 시장의 공포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완화 조짐을 보이던 국내외 유동성 문제 역시 재차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 디플레이션 공포 시시각각 현실화

최근 엿새 연속 하락하던 코스피지수는 20일 결국 1000선마저 내주고 말았다. 가까운 곳에서 찾자면 지난달 27일 이후 한달 여만에, 멀리서 보자면 지난 2005년 5월 이후 3년7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지난 달말 세자리 지수대를 경험한 이후 1000선은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마지노선이었을 뿐 더 이상 시장의 관심대상은 아니었다. 어떤 분석 툴도 통용되지 않는 만큼 지지선이나 저항선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던 탓이다.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는 이제 디플레이션으로 옮아가면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실물경기 침체는 기업들의 `어닝쇼크`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3분기 국내 상장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대비 50%이상 급감했다. 영업이 부진했던 탓도 있지만 환율급등과 원자재가격 폭등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았다.

아울러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부도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국외에서는 포드와 GM,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업체 빅3가, 국내에서는 건설사들이 금융시장을 부도의 공포로 몰아넣으면서 새로운 불확실성을 낳고 있다.
 
한 주식시장 전문가는 "최근 은행의 유동성 위기와 건설사 부도 우려 등으로 국내 변수들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 신용경색도 재차 악화..총체적 난국

국내외 신용경색도 재차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글로벌 자금시장은 크게 뒤틀려 있다. 작년까지 풍부했던 유동성은 미국 모기지시장 붕괴와 함께 허공으로 증발하고 말았다.

국내 자금시장 역시 안전지대일 수 없다. 돈이 돌지 않으니 환율도 뛰고 금리도 뛴다. 금융당국이 정책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공급해보지만 자금시장엔 전혀 온기가 전달되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달러 유동성 문제는 더욱 심각해 달러-원 환율은 설마했던 1500원선마저 위협하고 있다.  

그러니 주식시장에 들어올 돈이 있을 리 만무하다. 특히 한 푼이 급한 외국인에게 한국 주식시장은 더할나위없이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엔캐리 자금 청산 역시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다른 전문가는 "지금 주식시장의 문제는 단순히 주식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글로벌 신용경색과 경기침체 등의 해외발 악재와 함께 정부의 정책 엇박자 등이 얽힌 총체적인 난국"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최근 시장의 불안과 공포의 본질은 불확실성"이라며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되지 않는 한 전망은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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