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정원장 "DJ 집권하자 서류타는 연기 안기부 뒤덮어"

정권교체기 자료파기로 국정원 진실위 활동 어려움 전망
  • 등록 2005-02-04 오후 5:03:34

    수정 2005-02-04 오후 5:03:34

[오마이뉴스 제공] 천용택 전 국가정보원장이 4일 구 안기부가 이미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과거사 관련자료를 상당부분 소각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예상된다. 천 전 원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뉴스레이다에 출연해 1997년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승리하고 나서 2∼3개월 동안 국정원에서 많은 서류를 태우느라고 세곡동(국정원 청사가 있는 곳) 하늘이 새카맣게 연기에 뒤덮였다는 풍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구 안기부와 기무사, 검찰, 경찰 등 공안기관들이 97년 대선 직후 대간첩수사 및 사회 주요인사들의 신상파일 등을 집중적으로 파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종찬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고건 총리에게 정부부처 차원의 문서파기를 중단해줄 것을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 과거 정권교체기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자료 파기는 이번 국정원 진실규명위의 진상조사 활동에도 상당한 장애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진실규명위 민간위원을 맡고있는 안병욱(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가 "처음에는 국정원 내부에 엄청난 자료가 산더미처럼 있을 줄 알았지만 문서를 살펴본 결과 예상 만큼 자료가 보존돼 있지 않았다"고 3일 말했고, 김만복 국정원 기조실장도 "자료가 충분치 못하고 (자료)관련 규정 미비로 파기된 부분도 있고 또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천 전 원장은 "아마 살아있는 사람들이 고해 성사하는 기분으로 마음을 비우고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한 진실 규명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자료 파기는) 지금 조사를 하겠다고 하면 사실적으로 금방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대 국정원장이자 김대중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이종찬 전 의원은 이달 말까지 미국 출장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천 전 원장의 인터뷰 전문. -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우선 조사 대상 7건을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그 진상이 밝혀지게 될텐데요..왜곡된 과거사를 재조명하고 청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오늘은 천용택 전 국정원장을 연결해 과거사위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DJ정부 초기에 국정원장 지내셨고..요즘 근황이 궁금합니다. ▲건강 관리하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 이번 조사 착수 발표를 보시면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고.. 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는지 설명을 부탁합니다. ▲우선 세상이 많이 변했구나... 또 역사라는 것이 참으로 무서운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고 특히 국가 이익을 위해 헌신해야 될 국정원이, 즉 정부기관이 과거 정치사건 때문에 휘말려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고 외국에서 볼 때는 웃음거리까지 될 거라고 봅니다. - 천 원장께서 재임하실 때도 과거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 적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는데요...실제 재임기간에 논의했거나 문제가 제기된 적이 일절 없었습니다. -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 당시 대통령이 사실 본인의 문제와 관련된 게 많기 때문에 정치 보복으로 자칫 비쳐질까봐 조사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죠? ▲예 그렇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본인이 당했던 문제를 가지고 국정원에 알아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일체 없고 그런 과거 문제에 관심을 표명한 적도 없었습니다. - 사실 과거사를 규명하겠다고 하지만 많게는 한 40여년 전 일까지 포함이 돼 있잖아요. 과연 정확한 정보와 증언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데요.. 가장 궁금한 것이..국정원장을 지내셨으니까..국정원에 관련 자료들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국정원의 과거 자료들은 원칙적으로 영구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믿지만 자료들에 대해서 제가 재직 기간에 확인하거나 보고 받은 바가 없기 때문에 얼마나 보관이 되어있는지 모르겠고요. 다만 국민의 정부가 대통령 선거에 승리하고 나서 집권 한 2∼3개월 그 기간에 국정원에서, 그때 안기부 시절에 많은 서류를 태우느라고 세곡동 하늘이 새카맣게 연기에 뒤덮였다는 그런 풍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서류를 많이 파기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드는데 아마 살아있는 사람들이 고해성사하는 기분으로 마음을 비우고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한 진실 규명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부임하기 직전에 세곡동 하늘이 새카맸다. 즉 자료를 태웠다 그런 말씀이시죠? ▲예, 그때 정치권에서 그런 말이 오고 가곤 했습니다. - 실제로 그렇다면 원장이 되시고 난 뒤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 혹시 알아보시진 않으셨습니까? ▲그때 제가 제 앞에 이종찬 국정원장에게 물려받았기 때문에 그 때만해도 그런 데 관심 가질 일이 없었고 보고 받은 일이 없습니다. - 그렇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자료 파기가 의도적인 부분이 있었는지 진상이 밝혀져야 할 필요는 있겠네요. ▲그렇죠. 지금 조사를 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사실적으로 금방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 예, 그렇군요. 국정원장 같은 자리는 정치적으로 임명이 되기 때문에 실무자들 입장에서 보면 자기 보호 의식이 상당히 강할 수 있잖아요. 조금 전에도 말씀하셨습니다만 결국은 진실을 위한 증언을 확보할 수 있느냐 이것이 관건 아니겠어요? 그런데 현직에 계신 분들, 최근의 사건에서 보면 아직도 현직에 있거나 또는 과거 일이라도 과연 선대 일들을 밝힐 수 있을까? 후배들이 말이죠. 그러나 또 이런 생각도 들거든요. 진실을 밝히는 데 목적을 둬야지 처벌을 하는데 목적을 둬서는 과연 용기 있게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이것이 역사 앞에 부끄러운 과거지만 한번 밝히는 것이 역사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그 때 입장에서 보면 상사의 명령에 의해서 하나의 행동을 했을 뿐인데 이제 역사의 심판을 받고 과거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명예가 손상되고 손해를 볼 것을 생각하면 협조를 하고 싶지 않은 그런 느낌을 가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당사자들이 역사 앞에 겸허하게 고해성사 하는 기분으로 임해야 되고 우리가 그런 과거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폭적으로 협조하고 협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7개의 사건 중에 정수장학회 헌납 사건이나 동백림 사건도 있습니다만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 사건, 이건 사건적 의미에서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사건에 대해선 관련된 얘기를 들으신 적 있으십니까? ▲구체적으로 어떤..보고 계통을 통해서 보고 들은 일은 없고 다만 들려오는 것은 김형욱씨가 비밀자금을 너무 많이 인출해서 소지하고 다니다가 스위스에 있는 국제 마피아단에게 걸려서 살해당했을지 모르겠다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구체적인 보고를 들은 적은 없습니다. - 또 한가지, 지난 87년 당시 KAL기 폭파 사건 말이죠. 당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태우 후보, 3김하고 같이 출마를 했었습니다만 대단히 미묘한 시기에 터졌던 사건이잖아요. 이 부분에 대한 진상 규명은 사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관심을 갖고 밝힐 사안이었는데 이것이 아직까지 오해가 남아있다 생각하십니까. ▲저는 국정원장을 지냈지만 KAL기 사건이 어떤 권력기관이 조작된 사건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못했구요. 그후에 그 사건이 언론에 논의되는 것을 보면서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하는 의심을 갖고 현재 원장을 한번 만났을 때 절대로 그럴 일 없다고 명확한 증거와 증언할 수 있기 때문에 떳떳하게 밝힐 수 있다 자신감을 표현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래서 발표해보면 알겠지만 국가기관이 고의로 그런 일을 했을 거라고 저는 상상도 못합니다. - 그 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 막 선거 직전에 북한 관련설 이런 공작도 했었잖아요. 국가 기관이 말이죠. 그런걸 보면 정권 쟁취를 위해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 그런 부분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 때에 그렇게 했을 개연성은 그들의 과거의 행적으로 봤을 때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확증이 없기 때문에 원장을 지낸 사람이 함부로 말할 수 없습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 스냅타임
    01월 15일 오늘의 운세
  • 스냅타임
    01월 14일 오늘의 운세
  • 스냅타임
    01월 13일 오늘의 운세
  • 스냅타임
    01월 10일 오늘의 운세
  • 스냅타임
    01월 09일 오늘의 운세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초췌한 얼굴 尹, 구치소행
  • 尹대통령 체포
  • 3중막 뚫었다
  • 김혜수, 방부제 美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