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떠나는 나스닥..세계제패도 물거품

  • 등록 2003-08-28 오후 3:32:17

    수정 2003-08-28 오후 3:32:17

[edaily 강종구기자] 나스닥시장이 독일을 떠난다. 이와 함께 전세계 증시를 전자거래를 통해 하나로 통합해 전천후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던 나스닥의 야심찬 계획도 사실상 완전히 물건너갔다. 나스닥시장의 독일법인인 나스다독일은 29일 문을 연지 불과 불과 5개월만에 폐쇄될 예정이다. 독일 최대 주식거래소인 도이체뵈르제와 경쟁하겠다며 드레스드너방크, 코메르츠방크 및 브레멘거래소, 베를린거래소 등과 합작한 나스닥은 결국 한 건의 신규상장도 기록하지 못하는 수모를 안은 채 독일에서 발을 빼게 됐다. 나스닥은 지난해 나스닥재팬에서 철수했고 지난 6월에는 나스닥유럽의 폐쇄를 결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90년대 말 전자거래시스템을 무기로 세계2위 주식거래소로 급부상하며 수립했던 나스닥의 세계 제패 야심도 나스닥독일의 폐쇄와 함께 물거품이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나스닥은 지난 6월 26일 향후 발전전략을 발표하면서 나스닥유럽을 내년 1월 폐쇄키로 하고 미국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새로운 목표로 설정하는 등 전략수정이 이루어진 상태다. 나스닥은 세계 증시 통합의 꿈이 무산됐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막대한 손해를 봤다. 올해 2분기 나스닥은 49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대부분 나스닥유럽의 폐쇄와 100명 이상의 감원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구조조정 전략과 관련된 비용 때문이었다. 지난해 2분기에는 나스닥재팬에서의 지분철수와 이로 인한 상각비용으로 인해 순익이 55% 급감하기도 했다. 또 이번에 나스닥독일 폐쇄로 인해 2000만~4000만달러 가량의 새로운 비용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콜롬비아대학교 존 커피교수는 "나스닥독일은 나스닥의 세계팽창계획이 전략적 실패임을 보여주는 일부"라고 지적했다. 해외진출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그 사이 미국내에서도 로이터그룹의 인스티넷이나 아키펠라고 등 ECN시장에 전자거래의 많은 부분을 빼았겨 왔다는 지적이다. ECN은 현재 나스닥상장주식의 50%까지 거래량이 늘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나스닥이 내놓은 신거래시스템 슈퍼몬타지도 아직 ECN에 뺏긴 거래를 되찾는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71년 세계 최초의 전자거래 주식시장으로 출범한 나스닥시장은 현재 명실공히 뉴욕증권거래소에 이은 세계 2위 주식시장이다. 3500여개 기업이 주식을 상장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시스템즈 같은 기술주의 상징들이 포진하고 있다. 90년대 말 기술주 붐으로 승승장구하던 나스닥은 2000년 초 세계 주식시장을 지배하겠다는 꿈을 실행에 옮겼다. 그러나 이후 증시가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상장폐지되는 기업들이 속출했고 거래도 급감했으며 당연히 수수료 수입도 대폭 줄었다. 결국 지난 6월 로버트 그리펠드 신임 최고경영자는 전세계 24시간 체제를 구축한다던 기존 비젼을 수정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나스닥이 지금 미국에만 안주하기로 전략을 바꾸는 것은 장기적으로 또 한번의 패착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 패리보츠 가다교수는 경기가 회복되고 거래량이 늘고 있는 지금 미국시장에만 집중하게 되면 세계 다른 시장에서의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전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말 그대로 단기적으로는 통할 수 있지만 장기로 볼 때 각 지역의 거래소들이 독립적으로 또는 연합전선을 구축해 나스닥에 도전해 올 것이기 때문에 5~6년 후에는 다시 예전의 전략을 꺼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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