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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금융 안정성 검토 보고서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전체 은행 대출의 10%를 차지하는 자산 1억유로(약 1414억원) 이상 부동산 업체들의 평균 부채가 수익의 1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면서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했거나 그 이상의 수치”라고 우려했다.
ECB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급격한 기준금리 상승이 상업용 부동산 부문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진단했다. 유로존 신용등록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서 상업용 부동산 구매에 필요한 자금조달 비용은 지난해 ECB가 긴축을 시작하기 전과 비교해 2.6%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상업용 부동산 거래 건수는 전년 동기대비 47% 급감했다.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위기는 핀란드, 아일랜드, 그리스, 발트해 연안 국가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국가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업체에 대한 대출의 90% 이상이 변동 금리거나 향후 2년 이내 만기가 도래한다. 네덜란드와 독일도 각각 30%, 40%를 차지한다.
손실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에 상장된 부동산 업체들의 기업가치는 지난 2년 동안 장부가치의 110% 수준에서 70%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상장된 부동산 업체들 중 40%에 대해 신용등급 또는 전망을 하향했다.
ECB는 “팬데믹 이전의 수익성과 저금리를 기반으로 확립된 비즈니스 모델은 중기적으로 실행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상업용 부동산 부문에서의 스트레스 징후는 부정적 시나리오를 악화시킬 수 있다. 더 넓은 범위의 금융 시스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동산 업체들의 매출과 수익이 감소하는 반면 부채는 급증해 상환하기 어려워지고, 대출을 해준 은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주거용 부동산 부문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FT는 전했다. 다만 강력한 노동시장 덕분에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에서 채무불이행 발생 비율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데다, 주택 부족 및 건설비용 상승으로 상업용 부동산만큼 가격이 하락하진 않고 있다고 ECB는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