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롯데자이언츠, 선수 불법사찰.. 공식사과해야"(종합)

[이데일리 박수익 김경원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5일 “프로야구 구단 롯데자이언츠가 원정숙소로 사용하는 호텔에 설치된 CCTV를 이용, 선수들의 사생활을 감시해온 것이 확인됐다”며 “롯데는 불법사찰에 대해 선수들과 팬들, 국민들께 공식 사과해야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자이언츠는 선수들의 원정경기 숙소로 사용할 8개 호텔을 계약하면서 최하진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호텔 CCTV 설치 위치와 새벽 1시부터 오전 7시까지 CCTV 녹화 자료를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실제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고 말했다.

롯데자이언츠 선수들의 외출·귀가 시간이 기록된 ‘원정안전대장’ 문건(심상정 의원실 제공)

심 의원에 따르면, 롯데자이언츠와 계약한 해당 호텔들은 CCTV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한 ‘원정안전대장’이라는 문건을 작성해 구단 측에 건네줬다.

문건에는 울산·광주·목동·대전·인천·잠실 등 원정 지역에 선수들이 머물렀던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간 선수들의 외출 시간·복귀 시간 등이 기록돼 있다. 특히 5~6월에 머문 한 호텔에서는 총 5차례에 걸쳐 선수들의 외출·복귀 기록이 작성돼 있다고 심 의원 측은 밝혔다.

심 의원은 “이는 명백히 범죄행위이고 선수 보호 목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일”이라며 “확인된 것만 석 달간 진행된 불법사찰은 롯데자이언츠 선수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의 불법사찰과 사생활 침에 등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상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호텔 측이 CCTV 녹화 자료들을 건네고 개인 동선까지 확인해 롯데자이언츠 쪽에 넘겨줬다면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해당 녹화 자료를 제공해선 안 된다’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고, CCTV 자료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호텔과 계약을 체결했다면 계약 자체도 민법상 신의칙에 위반한 계약으로서 무효가 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위법하게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연봉협상 때 불공정한 협상이 될 가능성이 높고, 녹화자료 등이 공개될 때 명예훼손 및 초상권 침해에 해당될 수도 있다.

롯데자이언츠가 원정숙소로 사용할 호텔의 CCTV 자료제공 유무 등을 검토한 내용(제공 심상정 의원실)

심 의원은 또 “최하진 대표이사는 팬들로부터 보호·도난사고 등을 이유로 CCTV를 활용했다고 해명했는데 ‘왜 특정 시간대에 어떤 행동을 했는지까지 꼼꼼하게 기록할 필요가 있었는지’ 등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선수들의 동의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직하고 책임 있는 해명이 있어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갑’의 횡포가 드러나면 사과하고 시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복하고 불이익을 줘서 ‘을’들을 힘으로 누르려 하는 경향이 있는데 롯데자이언츠는 그렇게 하지 말라”며 “국민의 인권과 사생활 보호를 책임져야 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또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으로서 이 사건을 면밀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 관련기사 ◀
☞ 심상정 "프로야구 롯데 구단, 호텔 CCTV로 선수들 사생활 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