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분양가 상한제 폐지▲양도소득세 한시적 면제 등 부동산 시장 부양책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과거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 각종 규제를 했지만 결국 다시 집값은 올랐다"면서 "규제를 풀었다 묶었다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는 규제를 풀어도 가격은 올라가지 않는다. 결국은 경기가 살아야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의 정책은 부동산값 추세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은 그러면서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이 대세인데 급격한 하락은 방지해야 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처럼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규제를 푼다고 부동산이 오르지 않으니 허튼 짓 하지 말라'는 뜻으로도 해석되지만 전체적으로는 규제가 있으면 풀고 다음부터는 섣부른 규제를 내놓지 말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좋은 정책이지만 예민한 대목이 있는 만큼 부작용이 없도록 신중하게 추진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대통령이 협의의 대상으로 지목한 당심(黨心)도 이미 규제 해제로 기울어있다. 하루 전인 21일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분양가 상한제는 공공부문에 대해서는 유지하되 민간부문은 정상화시켜야 한다"면서 "시장원리에 반하는 정책은 정상화시켜야 한다. 정서적인 측면이 아니라 경제적 측면, 시장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과 협의를 거치더라도 정책 방향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걱정하는 부분은 오히려 정책을 발표할 정확한 시점과 여론이다. 부동산값 부양용 정책이 여전히 국민들의 정서적 거부감이 강한 상황에서 정책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여론의 뭇매만 맞는 상황은 피하자는 것. 올해 초 한미FTA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서둘렀다가 비용은 비용대로 치르고 성과는 없었던 아픈 경험이 오버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이 "현 시점에서는 규제를 풀어도 가격은 올라가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생각이 반영된 대목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결국 요약하면 '방향은 좋지만 여론이 문제'라는 의미다. 당과 협의하라는 것은 여론의 역풍을 맞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뜻을 가장 비중있게 담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통상적으로 해당 부처의 정책보고 내용은 업무보고 이전에 실무진 선에서 사전에 검토되고 조율된다는 점도 대통령의 '당과 협의하라'는 지시가 '유보'나 '보류'로 해석될 필요가 없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전에 다 조율된 내용인데 대통령이 설마 면전에서 생각을 바꾸고 하지 말라고 했겠느냐"면서 "신중하게 잘 해보라는 뜻이며 유보나 보류라기보다는 독려에 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