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1등이 된다는 두려움

  • 등록 2007-02-26 오후 5:19:54

    수정 2007-06-13 오후 3:28:02

[이데일리 김유정기자]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주제곡 `더 컵 오브 라이프(The Cup Of Life)`를 불러 국내에 잘 알려진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백인 가수 리키 마틴.

그는 최근 코스타리카와 과테말라 등 남미 전역을 돌며 `화이트 앤 블랙(White and Black)`이라는 투어 콘서트를 갖고 있습니다. 국제부 김유정 기자는 그의 열정적인 무대를 보고 있자니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과 비슷한 양상이 눈에 띈다고 합니다.


리키 마틴(사진)은 잘생긴 외모와 가창력, 댄스 실력으로 전 세계를 무대로 콘서트를 갖는 가수입니다. 리키 마틴이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데는 그만의 비결이 하나 있습니다.

백인과 남미계 출신이라는 두 가지 특성을 적절히 활용한다는 것이죠. 미국 등 북미지역 공연에서 그는 영어로 관객과 대화하고, 노래합니다. 또 여기서 그는 `백인`임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남미 공연에서는 전혀 다릅니다. 스페인어로 노래하고, 말하고, 관객들에게 `우리는 같은 남미계`라는 것을 상당히 강조합니다.

요즘 세계 2위 자동차 업체인 일본의 도요타를 보면 리키 마틴이 생각납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자존심`이랄 수 있는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올라서는 게 부담스러웠던지 미국시장에서 `일본`이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해서든지 지워보려 애쓰는 모습입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우리도 미국 생산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미국 업체`라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내에서 커지고 있는 `반일(反日) 정서`를 두려워한 도요타의 전략입니다.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BW)도 1위 등극을 눈앞에 둔 도요타의 복잡미묘한 심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BW 최신호는 `왜 도요타는 1등이 되길 두려워하나`라는 기사에서 도요타가 `어떻게 미국인들의 마음을 얻느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자매 주간지인 닛케이 비즈니스 최신호에 따르면 두 회사의 공식 발표와 달리 실제로는 도요타가 지난해 974만대를 생산해 GM보다 56만대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공식적으로 이미 도요타가 GM에게서 `세계 최대`라는 명함을 빼앗았다는 것이죠.

두 회사의 공식 발표를 기준으로 한 지난해 생산량은 GM이 918만대,도요타가 901만대였지만 이는 출자 비율이 50%에 달하는 중국 현지 법인 등 해외 합작사의 도요타 브랜드 차가 제외된 통계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도요타는 어쩐지 `이제 우리가 최고다`라는 말을 아끼는 듯합니다. 샴페인을 터뜨리기 보다 머리를 숙이고 `부자 몸조심`하는 이유에 대해 잡지는 지난 80년대에 미국을 강타했던 `반일` 정서가 되살아날까 하는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인 R. L. Polk & Co사의 자료는 미국에 반일·반도요타 정서가 여전하다는 것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도요타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전체적으로 17.4%이지만, `애국심`이 높은 것으로 잘 알려진 중서부 지역에서 도요타의 시장점유율은 11%에 불과합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텍사스에서 도요타의 소형 트럭 시장 점유율은 5%에 그쳤습니다.

텍사스의 샌 안토니오에 사는 50대 건축업자는 포드 트럭을 소유하고 있다며 "단 한번도 일본 자동차를 살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도요타가 미국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그 수익은 일본 사람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기 때문이랍니다.

도요타가 `1위가 되길 두려워한다`는 것이 괜한 기우는 아닌 듯 합니다. 도요타는 최근 정치권 로비를 강화하고 사회환원도 늘리는 등 그야말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행보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미국 최대 환경단체인 시에라 클럽과 공동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히스페틱 노동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등 `진정한` 미국 사회의 일원이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도요타를 보고있자니 세계 최고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왜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지 새삼 실감케 됩니다.

지금까지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아 달려 고지에 도달했다면 이제는 그간 달리느라 미처 보지못한 일들을 돌아봐야 할 때가 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쾌속성장의 이면에 감춰져 왔던 품질 개선으로 성장 속도를 조절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레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라는 것이죠. 
 
도요타는 최근까지도 미국 시장에서 차량 결함 소송과 대량 리콜 등 품질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굳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온 불신과 불만을 단순히 금전적 보상이나 정치적 제스처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1986년 개봉한 론 하워드 감독의 `겅호(Gung Ho·사진)`라는 코미디 영화에서 도요타가 원하는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닫기 직전의 망해가는 어느 미국 자동차 공장을 일본 아싼 모터스가 현지 공장으로 이용하게 되면서 일본측 임원과 미국인 노동자들이 좌충우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원제인 `겅호(共和)`에 드러나듯이 국적이 다른 기업이 해외에서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상호 협력하에 신뢰를 쌓아가는 것, 이것이 도요타가 시장점유율 뿐만 아니라 품질과 신뢰에서도 당당히 글로벌 1위 메이커임을 선언하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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