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최근 코스타리카와 과테말라 등 남미 전역을 돌며 `화이트 앤 블랙(White and Black)`이라는 투어 콘서트를 갖고 있습니다. 국제부 김유정 기자는 그의 열정적인 무대를 보고 있자니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과 비슷한 양상이 눈에 띈다고 합니다.
백인과 남미계 출신이라는 두 가지 특성을 적절히 활용한다는 것이죠. 미국 등 북미지역 공연에서 그는 영어로 관객과 대화하고, 노래합니다. 또 여기서 그는 `백인`임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남미 공연에서는 전혀 다릅니다. 스페인어로 노래하고, 말하고, 관객들에게 `우리는 같은 남미계`라는 것을 상당히 강조합니다.
요즘 세계 2위 자동차 업체인 일본의 도요타를 보면 리키 마틴이 생각납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자존심`이랄 수 있는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올라서는 게 부담스러웠던지 미국시장에서 `일본`이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해서든지 지워보려 애쓰는 모습입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우리도 미국 생산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미국 업체`라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내에서 커지고 있는 `반일(反日) 정서`를 두려워한 도요타의 전략입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자매 주간지인 닛케이 비즈니스 최신호에 따르면 두 회사의 공식 발표와 달리 실제로는 도요타가 지난해 974만대를 생산해 GM보다 56만대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공식적으로 이미 도요타가 GM에게서 `세계 최대`라는 명함을 빼앗았다는 것이죠.
두 회사의 공식 발표를 기준으로 한 지난해 생산량은 GM이 918만대,도요타가 901만대였지만 이는 출자 비율이 50%에 달하는 중국 현지 법인 등 해외 합작사의 도요타 브랜드 차가 제외된 통계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도요타는 어쩐지 `이제 우리가 최고다`라는 말을 아끼는 듯합니다. 샴페인을 터뜨리기 보다 머리를 숙이고 `부자 몸조심`하는 이유에 대해 잡지는 지난 80년대에 미국을 강타했던 `반일` 정서가 되살아날까 하는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인 R. L. Polk & Co사의 자료는 미국에 반일·반도요타 정서가 여전하다는 것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도요타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전체적으로 17.4%이지만, `애국심`이 높은 것으로 잘 알려진 중서부 지역에서 도요타의 시장점유율은 11%에 불과합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텍사스에서 도요타의 소형 트럭 시장 점유율은 5%에 그쳤습니다.
도요타가 `1위가 되길 두려워한다`는 것이 괜한 기우는 아닌 듯 합니다. 도요타는 최근 정치권 로비를 강화하고 사회환원도 늘리는 등 그야말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행보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미국 최대 환경단체인 시에라 클럽과 공동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히스페틱 노동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등 `진정한` 미국 사회의 일원이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도요타를 보고있자니 세계 최고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왜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지 새삼 실감케 됩니다.
도요타는 최근까지도 미국 시장에서 차량 결함 소송과 대량 리콜 등 품질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굳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온 불신과 불만을 단순히 금전적 보상이나 정치적 제스처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1986년 개봉한 론 하워드 감독의 `겅호(Gung Ho·사진)`라는 코미디 영화에서 도요타가 원하는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닫기 직전의 망해가는 어느 미국 자동차 공장을 일본 아싼 모터스가 현지 공장으로 이용하게 되면서 일본측 임원과 미국인 노동자들이 좌충우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원제인 `겅호(共和)`에 드러나듯이 국적이 다른 기업이 해외에서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상호 협력하에 신뢰를 쌓아가는 것, 이것이 도요타가 시장점유율 뿐만 아니라 품질과 신뢰에서도 당당히 글로벌 1위 메이커임을 선언하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