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주도 경기회복` 이상기류 형성

3월 산업활동 동향...내수·투자 부진에 선행지수 하락
주택가격 안정대책 부담..경기전환 논란 재연 가능성
  • 등록 2004-04-29 오후 2:09:42

    수정 2004-04-29 오후 2:09:42

[edaily 김병수기자] 수출 주도 경기회복세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예상밖의 수출호조로 버텨온 `내수 견인론`이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고, 결국 때이른 경기전환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게 됐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일부 수출 주력업종의 호조는 이어져 11.6%의 두 자릿수 생산증가율을 유지했지만, 성장의 다른 축인 소비와 투자 등 내수지표는 정체되거나 악화되는 등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상승곡선을 그리던 경기동행지수가 횡보하고 선행지수는 10개월 만에 오름세가 꺾여, 수출-내수의 괴리가 다시 경기 전반을 끌어내릴 가능성에 주목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 지지부진 내수‥결국 선행지수 오름세 꺾여 3월 산업생산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산업생산과 출하는 수출호조로 전년동월대비 각각 11.6%, 10.8% 증가했으나 전월비로는 오히려 2.1% 감소해 증가세가 주춤해졌다. 지난 27일 edaily가 실시한 전문가 폴(poll)에서 국내외 이코노미스트 8명이 전망한 평균치 11.54%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월비 증감율의 경우 소폭 증가 전망과는 달리 감소폭이 컸다. 도소매판매는 두 달째 증가세를 이어가긴 했지만 폭설과 윤달 등의 영향으로 증가폭은 0.9%에 그쳤다. 전월비로는 두 달째 감소하며 아직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지 못했음을 보여줬다. 특히 소매업에서 백화점 매출이 3월 폭설이 주말이었다는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3.5%나 감소하는 부진을 면치 못했고, 자동차판매는 17% 줄며 특소세 인하정책을 무색케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 정도까지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은 여전히 좋고 내수회복을 말하기는 아직 조금 이르다`는 기본 관점이 유효한 상태다. 여전히 수출과 내수의 괴리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경기종합지수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체감경기 회복까지는 이어지지 못했으나 수출호조 덕분에 상승세를 견지하던 각종 경기지표마저 무너질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기 상태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2월 100.4로 11개월 만에 평균 추세를 의미하는 100선을 넘었지만 3월에는 현상유지에 그쳤다. 6개월째 이어오던 증가세를 일단 접었다. 게다가 향후의 경기전환 시기를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0.2%p 감소하며 10개월만에 감소세로 반전했다. 수출이 내수를 견인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지수를 끌어올린 선행지수가 지난 1월부터 상승폭이 둔화되더니 결국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수출-내수 괴리가 그 동안의 희망을 무너뜨린 첫 지표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 집값 안정대책이 경제회복 발목잡나 선행지수가 이 처럼 하락세로 돌아선 가장 큰 원인은 건설업 경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선행지수를 구성하는 지표는 총 9개다. 3월에 이중 6개 항목이 하락했고, 3개 항목만이 상승했다. 그 중에서도 건축허가면적 지표가 선행지수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향후 건설경기를 나타내는 건설수주는 3개월째 감소세 이어갔으며, 분기로도 14.2%나 감소했다.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진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건설기성이 전년동월대비 16.6% 증가한 반면 건설수주는 3.2% 감소했다. 이 같은 건설경기 부진에다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정책적 부담이 어우러지며 결국 선행지수 하락세 반전을 부채질했다는 설명이다. 건축허가면적은 전월대비 8.6%나 감소하며 지수악화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지난 10.29 부동산대책을 시작으로 정부의 집값 안정대책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주택 및 토지관련 정부 발표 일지> - 2004년 4월21일 주택거래신고제 지역지정 3월30일 주택거래신고제 시행,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 전매금지 2월27일 토지투기협의자 국세청 통보 2월26일 토지투기지역 확대지정 2월25일 토지거래 허가요건 강화(탈편법적 토지거래 방지대책) - 2003년 12월15일 투기지역 2주택자 탄력세율 및 3주택자 이상 양도세 중과 12월1일 아파트 기준시가 재고시 11월20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11월18일 강북 뉴타운 추가지정 등 주택공급확대계획 발표 및 투기과열지구 확대지정 10월29일 보유세 양도세 등 과표현실화 계획 발표, 주택담보대출 억제, 금융기관 공인중개사 등 다양한 불탈법 투기조장행위 단속(국세청 금감원 동원), 주택거래신고제 도입계획 발표, 토지거래허가제 제한적 운영 계획 발표 이와 관련, 통계청 관계자는 "특히 주택부문 허가면적이 급격히 떨어지며 선행지수를 악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 처럼 전개되면서 정부의 강력한 집값안정대책도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경부 조성익 정책조정국장은 "그 동안의 정부대책으로 주택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세에 들어선 것으로 본다"고 말해, 3단계(허가제, 개발이익환수제) 대책의 조기시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선행지수의 한달 추세선 이탈을 놓고 벌이는 섣부른 예측도 금물이겠지만 선행지수가 실제경기에 2분기 정도 선행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이 되고 있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동원증권 김영준 이코노미스트는 "3월 선행지수 하락이 기조적으로 이어질 경우 이번 경기회복의 정점은 3분기말이나 4분기초로 예상된다"며 "때이른 경기전환 논란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마침, 삼성경제연구소는 "경기저점과 정점을 기준으로 나눈 우리나라 경기순환은 2001년 8월에 7번째 순환(98년 8월~2001년 8월)이 이미 끝났고 8번째 순환( 2001년 8월~2003년 8월)도 2003년 1월 정점에 도달한 뒤 지난해 8월에 마감했다"고 분석하고 `경기순환 싸이클이 짧아졌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21일 발표했다. 김영준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 개선과 정치적 불확실성 감소, 투자보조지표 등을 감안할 때 선행지수 하락이 기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른 느낌"이라며 "다만, 수출 모멘텀이 급속히 악화될 경우 경기회복이 조기에 종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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