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 1조 수혈 받아도 신용등급은 '글쎄'

대규모 대손충당 '발목'..신평사 시각 '미지근'
중공업 재무구조 악화..그룹 신용 우려도
  • 등록 2013-02-05 오후 2:00:00

    수정 2013-02-05 오후 4:10:05

[이데일리 임명규 기자] 두산건설(011160)이 그룹으로부터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 받기로 했지만, 신용등급 상향과 같은 즉각적 반응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대규모 대손충당이 예정돼있는 상태에서 두산중공업(034020)을 비롯한 그룹 전반의 재무 위험이 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1조원의 유동성 확보 계획을 담은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이 5716억원의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을 두산건설에 넘기고, 유상증자로도 3055억원을 지원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6256억원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2600억원 등도 충분히 갚을 수 있는 규모다. 자기자본이 1조원 넘게 늘어나고, 순차입금은 그만큼 감소할 예정이다. 부채비율도 546%에서 148%로 크게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정도면 기업의 신용등급에는 상당한 호재다. 하지만 정작 신용평가사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아직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다. A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대규모 대손 때문에 자본 1조원을 확충하더라도 그 효과가 크지 않다”며 “부채비율을 대폭 낮출 정도의 사업부를 넘겨주는 것은 두산중공업의 재무 상황도 나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을 버리지 않는다는 점은 시장에 확인시켜줬지만, 건설경기 불황이 그룹 전체로 전이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실제 자금투입 현황을 파악해 등급 조정 여부를 검토한다는 정도의 의례적 코멘트만 나올 수 있다”며 “12월말 실적이 확인되는 대로 재무개선 효과를 면밀하게 분석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크레딧 시장도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한 자산운용사 크레딧 연구원은 “두산건설은 올해 기준으로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여서 차입금이 많이 감소하진 않을 것”이라며 “두산중공업도 유동성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증자 규모는 충분히 지원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2년 전에도 1조원 가까운 자구 계획이 나왔지만 사업 리스크가 반영되면서 건설과 중공업 모두 등급 변동은 없었다”며 “어차피 연결기준이어서 자금만 이동할 뿐, 신용도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건설 부문의 적자 해소는 분양 경기 회복에 달려있다”며 “손실을 털어낸 만큼 실적이 올라가는 추세가 나타나면 평가사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은 A+, 두산건설은 BBB+ 등급을 받고 있으며, 등급 전망은 모두 ‘안정적’이다. 한편 한국기업평가는 이날 스페셜 코멘트를 통해 “두산건설이 대규모 대손손실 발생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고 유동성 위험을 완화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두산중공업에 대해서는 재무완충력 저하와 계열지원 부담이 현실화됐다는 점을 우려하고, 향후 신용등급에 반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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