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냐, 이용자냐`..덩치커진 포털의 고민

주주이익과 이용자편익 사이에 두고 딜레마
NHN 돌발발언 논란, 다음 게임사업 강화에 `변심` 여론
  • 등록 2009-09-30 오후 3:03:48

    수정 2009-09-30 오후 3:54:36

[이데일리 임일곤기자] 주요 포털들이 창사 1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성장한 포털들은 이제 벤처 이미지를 벗고 어엿한 산업군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새로운 10년의 먹거리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 덩치가 커지고 `여론독점` 등 사회적 영향력도 막강해지면서 당면한 문제 역시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주주들을 위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아니면 `인터넷 생태계 발전과 이용자 편익에 더 주력할 것인지`를 두고 내부적인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 네이버 `구글에 화난다` 돌발발언 논란 

실례로 NHN(035420) 네이버 검색엔진을 책임지고 있는 이준호 최고운영책임자(COO) 발언을 둘러싸고 이용자들 사이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준호 COO는 지난 25일 네이버 검색기술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구글코리아가 아무런 노력없이 네이버 서비스에 무임승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지식인`을 비롯해 블로그와 카페 등을 운영하면서 연간 수백억원씩 투자하고 있지만 구글코리아는 `개방`을 내세워 네이버가 구축한 콘텐트를 쉽게 공유하려고 있어 개발자 입장에서 화가 난다는 얘기였다.

이에 대해 블로거들은 네이버 핵심 개발자가 인터넷의 가장 큰 가치인 개방정책에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며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네이버가 활발히 펼치고 있는 개방정책과도 정면으로 부딪힌다는 비난과 함께 네이버 개방정책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이날 이준호 COO 발언은 구글과 같이 거대한 기업이 `개방` 논리를 내세우며 주변 경쟁사들을 압박한다면 그 동안 구축했던 콘텐트가 모조리 빨려들어갈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네이버는 이미 포화된 국내시장을 넘어 일본 등 해외에서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단계에 와있다. 글로벌 검색사들이 개방이란 구호로 밀고 들어오면 자칫 기업 생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번 논란은 기업 생존이 걸린 민감한 문제이다 보니 핵심 개발자 입장이 이용자들에게 돌발 발언으로 읽혀지면서 파장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NHN 게임사업 한게임도 이와 비슷한 딜레마에 놓여있다. 한게임은 지난 6월경 건강한 게임문화를 만들기 위해 고스톱, 포카 같은 웹보드게임 이용 시간을 하루 10시간으로 제한키로 했다.

사행성게임 과몰입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게임산업협회 회장사인 한게임이 솔선수범을 보이자 주요 게임사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로 NHN은 기관 및 개인 주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게 됐다. 고스톱, 포카 등 웹보드게임 사업은 NHN 검색과 더불어 주력으로 자리잡고 있어 자칫 매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게임은 건강한 게임사업을 위해 매출을 일부 포기, 여론으로부터는 칭찬받았지만 주주들에게는 원성을 들을 수 밖에 없었던 사례였다.

◇ "믿었던 다음이 고스톱, 포카게임을!"

다음(035720)도 비슷한 상황이다. 주력인 검색보다 게임사업을 강화하면서 기업가치는 상승하고 있지만 이용자의 시선은 곱지 않다.

다음은 불경기의 영향으로 온라인 광고 매출이 떨어지면서 올해 중순부터 게임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웹보드게임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 장르를 불문하고 인기있는 게임을 외부로부터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다. 성과는 곧바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다음 게임섹션 페이지뷰(PV)는 지난 5월 월간 374만건에서, 지난 8월에는 2811만건으로 석달만에 7배 이상 증가했다.

트래픽이 늘면서 검색은 물론 쇼핑사업 매출에도 확실히 도움을 주고 있다. 다음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쇼핑분야의 가파른 성장세로 전분기대비 220% 증가한 115억원을 기록했다.
 
다음의 게임사업 확대는 주주 입장에선 기분 좋은 소식이지만 이용자들에겐 반갑지만은 않다. 
 
그 동안 인터넷 토론방 `아고라`와 `블로그 뉴스` 등을 통해 진보적인 정치색을 갖추고, 포털 서비스면에서도 개방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이용자들에게 다음이란 기업은 벤처정신이 숨쉬는 공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랫동안 네이버에 밀리면서도 포털업계 2위 자리를 유지한 것은 남다른 이용자들의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다음이 고스톱과 포카 등 사행성 웹보드 게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수익을 쫓는 행보를 보이자 이용자들은 `변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IT) 산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공공성이 높아 이들 업체가 영리추구에 매달릴 경우 피해는 곧바로 네티즌에게 돌아간다. 반면 기업가치 제고없이 명분에만 매달리더라도 치열한 경쟁 속에 낙오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목소리다.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포털들은 당장 돈이 안되는 모바일 사업 등에 투자를 많이 하면서 인터넷 환경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며 "인터넷 업종 특성상 영리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모습도 있지만 이 두개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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