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400 환율 1300 동시 이탈..금융시장 '출렁'

  • 등록 2009-07-13 오후 5:04:17

    수정 2009-07-13 오후 5:37:59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주가는 1400선이 깨졌고 환율도 1300원선이 붕괴됐다. 미국 CIT 은행의 파산 가능성이 촉발한 더블딥 우려가 결국 불안하게 이어오던 디커플링 줄타기를 끝내도록 만들었다.

13일 아시아 주식시장은 일제히 추락했다. 우리나라 증시는 여기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췌장암설까지 겹치며 불안감을 더했다.

주가 폭락은 환율 급등으로 이어져 달러-원 환율이 약 석달만에 1300원대를 돌파했다.

채권시장은 이같은 소란에서 다소 떨어져있는 듯했지만 장기물들을 중심으로 금리가 상승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될 때 나타나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주가, 원화값, 채권값의 동반 약세)`가 재현됐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날 주식시장의 폭락을 이끈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그동안 국내증시의 유일한 매수주체로 부각되며 디커플링 현상을 이끌어오던 외국인은 현물과 선물시장을 가리지 않고 매물을 쏟아냈다.

이날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2282억원, 선물시장에서 8423계약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주말보다 50.50포인트(3.53%) 하락한 1378.12로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13거래일만에 1380선 아래로 밀린 것이고, 낙폭으로 보면 지난 1월15일 71.34포인트 빠진 이후 연중 두번째로 컸다.

미시간대 7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보다 더 악화된 것과, 김정일 위원장의 췌장암 소식, 미국 20위권 은행인 CIT 파산보호 우려 소식 등이 악재로 거론됐다.
 
그러나 한걸음 떨어져서 보면 그동안 미국 증시와 디커플링을 지속할 수 있을 지에 회의를 갖고 있던 시장 참여자들이 악재들을 핑계삼아 매물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간신히 버텨오던 둑이 무너졌다는 설명에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다른 아시아권 증시들도 비슷했다. 일본 닛케이가 -2.55%, 대만 가권지수가 -3.53% 급락했다.




환율도 버티던 둑이 무너졌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32.3원 급등하며 1315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종가기준으로 130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4월말 이후 처음이다. 심리적 저지선이 힘없이 무너진 것이다. 외국인의 주식 대량매도와 북한 김정일 위원장 관련 뉴스들이 달러 매수심리를 부추겼다.

▲ 13일의 달러-원 환율 움직임(자료 : 마켓포인트)


채권금리도 상승했다. 지난주 채권가격 급등(금리 하락)에 따른 반작용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금리의 상승은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가파르게 오를 때 늘 나타나던 현상이기도 하다. 채권장외시장에서 국고 3년 9-2호는 지난 주말대비 5bp올랐고 국고 5년 9-1호는 지난주말 보다 4bp 상승했다.

한국물에 대한 신용위험지수도 올랐다. 13일 오후 싱가포르 금융시장에서 거래된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180~200bp 사이에서 호가됐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175~185bp에서 호가됐지만 김 위원장의 췌장암설이 전해진 이후 오른 것.

오늘밤 뉴욕증시는 이같은 불안이 앞으로 지속될 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된다. 한 외국계 외환딜러는 "지금의 1310원대는 환율을 끌어올린 세력에게도 부담스러운 높은 수준"이라며 "오늘밤 뉴욕증시에서 이런 분위기를 이어갈 이벤트가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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