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민건강권 확보`라는 대의를 걸고 대대적인 의약품 정비에 나선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제약사들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주력제품이 퇴출된 제약사들은 마케팅전략 차질, 제품 회수 및 폐기 비용 등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반면 경쟁제품이 퇴출되면서 반사이익을 보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업체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총 4편에 걸쳐 사상 유례없는 의약품 퇴출을 겪고 있는 제약업계 사연속으로 들어가본다.[편집자]
`적합 869개, 부적합 14개, 평가자료미제출 1212개`.
약효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11개 인(人)태반 주사제의 퇴출이 발표된 지난달 26일, 다른 이유로 1226개 의약품이 추가로 `금지` 명단에 올랐다.
이번에는 생물학적 동등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생물학적동등성(이하 생동성) 시험이란 제네릭(복제약)이 오리지널약과 유효성 및 안전성면에서 얼마나 비슷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쉽게 말해 제대로 복제가 안된 제품을 가려내보겠다는 시험이다.
부적합 판정은 받은 제품은 ▲대웅제약 대웅심바스타틴정20mg ▲광동제약 심바스탄정 ▲드림파마 심바정 ▲삼진제약 뉴스타틴정 ▲일양약품 일양세프라딘캡슐250mg ▲일양약품 조스틴정20mg ▲한올제약 한올심바스타틴20mg ▲현대약품공업 심바로민정 ▲환인제약 심바스로텍정20mg ▲스카이뉴팜 심타딘정 ▲신일제약 조바스틴정20mg ▲알앤피코리아 심스타정 ▲파마킹 파마킹심바스타틴정 ▲한국메디텍제약 리포레콜정20mg 이다.
자료 미제출 1212개는 `자진 퇴출`이다.
◇ `성실하면 손해?`..퇴출제품간에도 엇갈린 희비
생동성 시험에 따른 퇴출 발표에서도 제약사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적합 판정을 받은 869개는 당연히 표정관리중이다.
문제는 같이 퇴출되는 부적합 14개와 자료미제출 1212개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는 점이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은 이름이 공개돼 해당 제약사가 브랜드 신뢰도가 훼손될 것인지를 놓고 전전긍정한데 반해, 자료 미제출 제품은 명단이 공개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었다. 특히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곳은 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 됐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제약사의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2년전부터 해당 의약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는데, 이번 명단에 포함됐다"면서 "이런 일로 회사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문제는 또 있다. 식약청은 생동성 시험에 임했다가 부적합 판정을 제품은 즉시 수거토록 한 반면, 자진해서 품목허가를 취하한 업체들에게는 최장 6개월까지 유예기간을 줘 시중에 남은 제품들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같은 종류의 약품인데 용량이 적은 것은 부적합 판정을 받아 즉시 회수해야 하지만, 더 큰 용량의 제품이 자진해서 허가 취소를 신청한 덕분에 재고를 소진할 수 있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발표당시에는 자료미제출 기관들의 명단을 공개되지 않았지만, 추후에 작업을 통해 식약청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했다"고 해명했다.
◇ 대웅제약, 강하게 반발..속사정은?
이번 생동성 발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중인 제약사가 하나 있다. 주인공은 대웅제약. 대웅제약은 생동성 결과가 나오자마자 식약청을 상대로 이의제기에 들어갔다.
대웅제약(069620) 측은 "생동성 자체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으로, 방법적인 측면에서 논란이 많다"며 "실험을 하다보면 오리지널 약물들끼리도 똑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며 식약청 결과 발표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올해 매출 6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웅제약이 한 제품에 대해 이렇듯 강하게 반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름 속사정이 있다.
이번에 부적합 판정을 받은 14개 제품중 일양약품의 `일양세프라딘캡슐250미리그람`을 제외한 13개 제품은 사실상 같은 제품이다. 광동제약과 일양약품 등 12개사가 대웅제약으로부터 `대웅심바스타틴정20밀리그람`과 동일한 약을 제공받아 각기 다른 이름으로 판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제품 자체에 대한 명예를 걸고 생동성 시험을 진행했었다"며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제출한 자료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도 식약청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식약청 관계자는 "대웅제약 측이 이번 결과에 대해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의제기에 관한 구체적인 실무는 경인지방식약청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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