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경탑기자] 은행권이 일명 "빌라깡"에 대한 비상 경계에 나섰다.
8일 은행 등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택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민감도가 높은 빌라 가격이 급락세를 나타내자 2002년 전세대란 당시 급증했던 은행권의 빌라와 연립주택 관련 대출 부실이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특히 하반기 신규 주택물량이 늘면서 전세가격이 추가 하락하는 "역전세대란"이 예고됨에 따라 금융권의 이같은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2002년 당시 빌라 등 다세대가가구 주택과 관련해 금융권이 집행한 주택담보대출 총액이 10조원대에 달하고, 이 중 대부분이 부실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관련 부실이 대략 1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빌라깡"은 특히 인천 부천 주안 시흥 의정부 등지에서 빈발하고 있다. 2년 전 집값과 전세가격이 동반 급등하는 등 전세대란이 일면서 이 지역내 전세 세입자들이 월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은행 대출을 끼고 신축 빌라를 대거 매입했다.
그러나 최근 집값이 당시 대출금을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이들이 대출이자와 원금을 막지 못해 집을 세 주거나 궁여지책으로 세를 놓은 뒤 경매에 넘기고 있는 것.
하지만 경매 물건이 늘면서 빌라에 대한 낙찰가는 추가 하락하고, 낙찰되더라도 세입자의 최우선변제금(수도권 1600만원)을 빼고 나면 은행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대출원금에 크게 못 미쳐 차액이 고스란히 은행손실로 넘겨진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은행들은 최근 문제의 심각성을 우려해 일선 영업점에 관련 명단을 요구, 본점 차원의 조직적 해결에 나섰다.
이들은 부실이 우려되는 집 주인에게 포기각서를 요구한 뒤 경매 등 법적 정리 절차를 조기 시행하는 한편, 이자를 낼 뜻은 있으나 능력이 없어 못내는 이른바 "선량한 연체자"에 대해서는 1년 정도 대출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060000)은 이미 전국 20여곳에 설치된 영업지원본부(Non-Profit-Loan)에서 중소기업 부실대출 처리건 등과 함께 일괄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2002년 이전 연평균 1만호 가량 건설되던 빌라가 2002년 한 해 동안 50만호로 급증했다"고 지적하고 "최근 일자리 부족 등으로 당시 빌라를 매입했던 이들이 대출 상환에 실패, 관련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속칭 "조직"이 동원된 경우다.
이를테면 2년전 7000만원의 은행 대출을 끼고 구입한 1억원 짜리 빌라가 최근 집값 하락으로 7000만원대로 낮아진 경우, 일명 "빌라깡" 업자는 대출승계 방식으로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이런 주택을 매입한 뒤, "바지"라는 가짜 세입자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보장하는 최우선 변제보증금 1600만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경매에서 이를 챙겨 도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관계자는 "집값 조정세가 시작된 지난해말 이후 조직적 "빌라깡"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은행들이 이들 지역의 대출 심사를 강화하거나 신규 대출을 제한하는 등 관리 방안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