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전미영기자] 스톡옵션의 황금시대가 저물고 있다. 8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직원들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를 중단하고 성과급으로 주식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직원보상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장 큰 관심사는 얼마나 많은 IT기업들이 MS의 선례를 따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인텔과 시스코시스템즈가 스톡옵션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스톡옵션 황금시대의 종말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고급 두뇌를 끌어 들이기 위한 스톡옵션을 폐지할 경우에도 IT기업 특유의 창조성과 활기가 유지될 수 있을지, 스톡옵션을 폐지하고 주식을 지급하면 기업의 재무제표엔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둘러싼 논의도 활발하다.
◇스톡옵션 폐지는 대세?
방크오브아메리카의 분석가인 로버트 오스트리언은 MS의 발표를 두고 "스톡옵션 시대의 종말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러나 MS의 움직임은 만만치 않은 "저항"에 부딪쳤다. 인텔과 시스코시스템즈 등은 스톡옵션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며 비용처리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시스코의 래리 엘리슨 최고경영자(CEO)는 9일 애널리스트들과 만난 자리에서 "MS의 사례가 우리 모두에게 그대로 적용돼야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계상하라는 주주들의 압력을 배경으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MS의 발표 이전부터 스톡옵션제 유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MS의 움직임은 최초의 불씨를 던진 것이 아니라 이미 타오르기 시작한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쪽에 가깝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직원보상체계를 조사한 크로너그룹은 스톡옵션 이외의 다른 성과급체계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MS의 움직임이 다른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에게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의 활황이 끝나면서 스톡옵션이 직원들에게 혜택을 주지도 못하고 원하는 인력을 흡입하는 역할을 하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대안을 구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IT 기업문화 위축?
스톡옵션이 IT 열풍 속에서 창출된 부의 재분배에 기여했으며 기업가정신을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의 회계비리가 잇달아 드러나면서 스톡옵션으로 인한 실적왜곡을 둘러싼 비판도 고조됐다. 미국 재무회계기준심의위원회(FASB)는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스톡옵션의 비용처리를 의무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톡옵션 폐지나 비용처리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IT기업 특유의 활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FASB가 스톡옵션 비용처리 의무를 비공개개업에도 똑 같이 부과할 방침이기 때문. 고액 연봉을 제시할 여력이 없어 스톡옵션에 의존해 고급 두뇌를 유인해온 신생업체들은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스톡옵션제를 버릴 수 없는 신생업체들이 비용부담을 안고 가게되면 이익을 창출하는 데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기업공개(IPO) 시점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 기업공개를 계획하고 있는 세일즈포스닷컴의 마크 베니오프 CEO는 "스톡옵션을 의무적으로 비용처리해야 한다면 실리콘밸리 신생기업들의 성공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MS에 앞서 스톡옵션 을 줄이거나 폐지한다고 발표했던 알트리아그룹이나 델컴퓨터, 아마존닷컴은 이로 인해 입사지원자가 줄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고용시장의 얼음이 풀리게 되면 어느 정도의 부정적인 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업 재무제표와 주가 영향은?
MS는 오는 17일 성과급 변경이 실적에 미칠 영향을 밝힌 뒤 1분기(7~9월) 실적발표 때부터 기존에 부여했던 스톡옵션과 새로 직원들에게 나눠준 주식을 비용처리할 예정이다.
골드만삭스는 기존에 부여된 스톡옵션을 중심으로 추정할 때 이로 인해 생기는 새로운 비용이 이익의 23%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MS는 주식지급 규모를 스톡옵션보다 줄일 가능성이 있다. 주식지급을 예전에 부여하던 스톡옵션의 4분의 3 수준으로 묶을 경우 이 비율은 17%로 떨어진다.
MS는 성과급 체계 변경을 감안해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계상, 지난해 실적도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전년비 증감률을 파악할 때 일관성을 갖기 위한 것이라는 게 MS의 설명이지만 전년 실적이 축소되면 올 실적발표 때 유리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MS의 결정이 주가엔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MS 주가는 스톡옵션 대신 주식을 지급할 것이란 발표가 나온 다음날인 9일 0.8% 떨어졌으나 이날 이 다우지수가 0.9% 하락하며 장 전체가 약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MS가 예상대로 주식지급 규모를 스톡옵션보다 낮춘다면 주식가치 희석과 자사주 매입 부담은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