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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뉴욕 특파원 방성훈 기자]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의 핵탄두를 제한하기 위한 새로운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이어 항공자유화조약(Open Skies treaty)에서도 탈퇴한다고 결정한 뒤 전해진 소식이어서 주목된다. 사실상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기존의 군비통제 관련 협정들을 완전히 새로 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복수의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새로운 핵무기 제한 협정 체결 협상을 개시하고, 이 협정에 중국도 포함시키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군무기 담당 특사로 취임한 마셜 빌링슬리가 러시아와 중국의 핵탄두를 제한하는 포괄적 협정 논의를 위해 조만간 세르게이 리아브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을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빌링슬리 특사는 그간 신규 협정 체결을 위해 러시아 측과 물밑 접촉을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다음 회동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 고위 관료는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하며 가능한 한 빨리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빌링슬리 특사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직접 대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새롭게 추진 중인 협정이 지난 2010년 버락 오바마 전(前) 행정부가 러시아와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대체하기 위한 첫 번째 협상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은 미국과 러시아가 배치하는 핵탄두수를 각각 1550기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2021년 2월 만료된다.
새로운 핵무기 제한 협정 추진 소식과 빌링슬리 특사의 발언은 미국이 이날 러시아 등 34개국이 가입한 항공자유화조약 탈퇴를 표명한 가운데 나왔다. 미국 정부 고위 관료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8개월 간의 검토 끝에 항공자유화조약에서 탈퇴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고, 회원국들에 탈퇴 방침을 통보했다. 러시아의 잦은 조약 위반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INF에 이어 또다시 군비통제 협정에서 이탈한 것으로, 세계 군비통제 질서를 다시 정립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일부 비평가들은 자칫 양측 간 협상이 교착 상태로 이어져 기존의 무기통제 체제마저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AP통신도 미국이 실제로 항공자유화조약에서 탈퇴할 경우 “러시아와 긴장이 고조될 뿐만 아니라 유럽 동맹국들의 기분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