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제주공항 항공기 운항 중단 사태가 이틀째 이어진 24일 저녁 공항 일대 펜션과 민박집, 찜질방 등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내·외국인 관광객들로 만원을 이뤘다.
공항에서 1.5㎞ 떨어진 한 찜질방에는 한파로 텅 빈 인근 음식점과 커피전문점과 달리 때아닌 손님들로 가득했다.
승용차로는 5분, 걸어서는 25분가량 걸리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찜질방 1층 로비 한편에는 여행가방이 차곡히 쌓여 있었고 사우나와 홀에는 손님 300∼400여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행가방 중에는 친지들과 친구들에게 보낼 제주 전통떡이며 감귤 등 선물들도 간간이 보였다.
업소 주인 강모(62)씨는 “호텔과 모텔 등 숙소 예약이 안 되니까 공항에서 가까운 이곳 찜질방으로 모이는 것 같다”며 “공항에서 바로 오는 버스노선이 없으니 택시를 타서 오거나 무작정 걸어서 오는 손님 등 어제와 오늘 이틀간 참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찜질방을 찾은 중국인 싱유엔(27·중국 상하이)씨는 3박4일 단체관광 일정으로 지난 21일 제주에 도착, 이날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강풍과 폭설로 비행기가 모두 결항이 되자 허탈한 모습이었다.
싱유엔씨는 “가장 큰 걱정은 내일도 날씨가 좋아지지 않아 중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하루빨리 날씨가 풀렸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인근 펜션을 찾아가보니 싱유엔씨 말대로 남은 방은 하나도 없었다.
주인 말로는 인근 10여개 펜션과 민박집 등이 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펜션에 이틀째 묵고 있던 광주에서 온 박모(56)씨는 “오늘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체크아웃했는데 공항사정이 좋지 않자 바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며 “방을 잡지 못했다면 아이들과 함께 공항에서 노숙을 해야 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30여년 만에 내린 폭설이라는데 하늘이 하는 일을 누구에게 원망할 수도 없고 얼른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바랐다.
한편, 공항에서 체류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무료로 빈방을 빌려주겠다며 카페에 글을 올린 제주도민들의 민심이 갑작스레 불어닥친 한파를 따뜻하게 녹였다.
이날 인터넷 제주맘 카페에서 아이디 ‘땡이***’는 ‘제주맘들의 따뜻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체류객들에게 방을 내어주실 분들 댓글 달라’고 글을 올렸다.
아이디 ‘마당****’은 ‘남 일 같지 않아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며 ‘공항 근처 용담에 집이 있으니 숙소를 구하지 못한 분 저희 집 오셔서 하루 쉬고 가라’고 글을 올리는 등 많은 사람이 전화번호와 집주소를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