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수수료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담은 상품을 내놓으며 계좌이동제 본격 시행에 앞서 기존 고객인 ‘집토끼’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저금리로 예대마진이 줄면서 이자를 거의 안 줘도 되는 급여이체 통장 등 요구불 예금을 붙잡아두는 것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계좌이동제 대상이 되는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 예금 규모는 226조 3000억원(올 3월 기준) 수준으로 총 예금의 20.7%에 달한다. 은행 입장에서 수시입출금 예금은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알짜’여서 각 은행은 수수료 면제 등 각종 혜택을 담은 상품군을 마련해 고객 유치에 나섰다.
우리은행이 지난 3월 계좌이동제 특화상품 ‘우리 주거래 통장’을 출시하며 경쟁에 불을 댕겼다. 우리은행은 주거래 요건 충족 시 당행 및 타 행 수수료를 월 최대 15회까지 면제한다. 횟수 제한이 있지만 은행권 최초로 사용하지 않은 면제는 다음 달로 이월하는 ‘무제한 이월제’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예금과 적금 상품의 장점을 결합한 ‘우리 주거래 예금’을 출시했다. 한 계좌로 예금·적금 상품을 통합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정기예금에 새로 가입할 때마다 통장을 개설하는 번거로움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만기 시 자동 재예치하면 최장 10년간 복리이자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통장, 카드, 적금, 대출 등으로 구성된 ‘KB국민ONE 라이프 컬렉션’을 선보이며 경쟁에 가세했다. KB국민ONE통장은 공과금 이체나 KB카드 결제실적이 1건만 있으면 3개 수수료(전자금융 타행 이체·KB자동화기기 시간 외 출금·타행 자동이체)를 무제한 면제해준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출시한 ‘신한 주거래 우대 통장’의 우대 혜택을 개편했다. 신한카드 1원 이상 결제 또는 공과금 이체 1건만 하더라도 3개 수수료(전자금융·신한은행 CD·ATM기 인출, 타행 자동이체)에 대해 무제한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기존에는 카드 사용 실적이 월 30만원을 넘어야 이런 혜택이 가능했다. IBK기업은행도 ‘IBK평생한가족통장’ ‘IBK평생든든자유적금’ 등 계좌이동제 대응 상품으로 주거래 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좌이동제가 다른 은행의 고객을 유치하는 일인 만큼 시중은행 간 경쟁이 앞으로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페이인포(PAYINFO)
자동이체가 등록된 금융권 계좌를 한번에 조회하고 변경·해지할 수 있는 시스템. 주거래은행 변경을 위해 자동이체 출금 계좌를 일일이 해지하고 새로 등록할 필요없이 주거래계좌 변경에 따른 사항을 페이인포 시스템이 일괄 처리해주는 게 핵심이다. 금융결제원이 금융권과 공동으로 만든 자동이체통합관리시스템 ‘페이인포’(www.payinfo.or.kr)는 7월 1일 선보였고, 10월 1일부터는 주거래계좌를 갈아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