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강남3구의 재건축아파트는 금융상품의 속성을 닮아가고 있다. 환금성이 좋은 데다 변동성도 크기 때문이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속성을 짚어본다.
◇ 환금성 - 거래량 급증
금융상품의 특징 중 하나는 거래가 쉽다는 점이다. 국토해양부가 매월 발표하는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강남3구 아파트의 거래량은 지난 7개월 동안 총 1만1588건이었다. 이에 비해 강북14개구의 총 거래건수는 1만1724건으로 집계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강남3구 전체 아파트 가구수는 총 27만187가구다. 올해 1만1588건이 거래됐으니 4.27%에 해당하는 아파트가 거래된 셈이다. 반면 강북14구의 경우 이 비율이 1.94%에 불과하다. 강남3구 아파트의 거래가 강북14구보다 쉬웠다는 반증이다.
물론 강남3구의 거래량 자료는 재건축아파트에 국한된 통계가 아닌 전체 아파트에 대한 수치다.
하지만 재건축아파트가 절대적으로 많은 강남권 85㎡이하 중소형아파트의 거래현황을 살펴보면 이들 지역 재건축아파트의 환금성을 짐작할 수 있다.
올해 6월까지 강남3구의 85㎡ 이하 아파트의 거래 건수는 총 8832건이며 그 중 60㎡의 소형아파트의 거래건수는 4528건으로 각각 6월까지 강남3구 거래량 9394건의 94%, 48.2%를 차지한다. 이는 강남지역의 아파트 거래시장은 재건축아파트가 이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변동성 - 2년새 18~19% 등락
금융상품의 또 한가지 특징은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3구 재건축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지난 2006년 12월 3705만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급등락을 반복했다.
2006년 12월 이후 강남3구 재건축아파트 가격은 작년 12월 3.3㎡당 3014만원으로 바닥을 쳤다가 이달들어 3578만원으로 전 고점을 대부분 회복했다. 2006년 12월부터 작년 12월까지 19%가까이 떨어졌다가 다시 이달까지 18%가까이 오른 셈이다.
실제로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42㎡형은 2006년 말~2007년 초 8억1000만원까지 가격이 올랐다가 작년말 6억1000만원까지 2억원 이상 하락했다. 현재 이 아파트의 가격은 8억1000만원 가량으로 최고점을 회복한 상태다.
마찬가지로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형도 10억2500만원→8억원→9억7500만원으로 급등락을 반복했고 잠실주공5단지 112㎡형도 13억500만원→8억9500만원→12억6000만원으로 `롤러코스트` 가격을 보였다.
◇ 왜 올랐나
이런 현상은 강남3구 재건축아파트에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실수요자 뿐만 아니라 투자수익을 바라는 수요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작년말 올해초 경기 침체로 인해 주식·펀드 등 기존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오는 시기와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저점 매수시기가 맞아 떨어졌다.
이에 더해 정부가 양도소득세를 완화하는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단기 거래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도 강남 재건축아파트 시장을 달군 요인이다.
개포주공1단지 인근 M공인 관계자는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보다는 투자수요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들 투자자들이 호재와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재건축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도 "최근 강남 재건축아파트 시장 상황을 보면 금융시장과 비슷하게 변동성이 높고 거래도 늘었다"며 "하지만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라고 해서 여전히 단기 수익을 노리고 투자를 하기에는 여전히 정책, 시장 등 불확실성이 커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