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다가오는데…중국산 장난감 배송 지연에 초비상

세계 최대 장난감업체 MGA엔터…물류난 직격탄
中공장 "창고 꽉차 추가 생산 어려워" 통보
美 LA·롱비치항 병목현상 심화…대기 컨테이너선 늘어
내륙 물류망도 문제…트럭 운전사·창고 직원 구인난
  • 등록 2021-10-13 오전 10:57:08

    수정 2021-10-13 오후 10:36:50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 최대 완구업체 MGA엔터테인먼트의 물류 책임자인 존 베이커는 최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한 장난감들을 미국, 유럽 등지로 옮기지 못하고 있어서다. 중국 항구도시인 심천(선전)과 주변 일대 창고에는 회사 대표 제품인 ‘엘오엘(LOL) 서프라이즈 인형’ 등 수십만 개의 장난감이 가득 차 있다. 40피트(FEU) 컨테이너 1400개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올해 남아 있는 날들 중 단 하루, 크리스마스만을 위해 일하고 있는 그는 제 때에 장난감들을 판매대에 올릴 방법을 찾는 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통상 18개월 전에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장난감 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악화로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대부분의 제품을 생산하는 장난감 업체들이 크리스마스 이전에 이들 제품을 판매 지역으로 배송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전 세계 장난감의 80%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서 만드는 장난감 운송까지 첩첩산중

MGA엔터테인먼트는 전 세계 여아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미니어처 인형 콜렉션 LOL 서프라이즈 인형, 그리고 바비 인형에 대적하는 ‘브라츠 인형’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몇 주 동안 중국 공장들로부터 더 이상 제품 생산이 힘들 것 같다는 통보를 받았다. 물건을 만들어 저장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에 쌓여 있는 제품들의 배송을 시작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베이커가 지난 7월 유럽으로 제품들을 옮길 수 있는 우회로를 찾아냈다는 점이다. 중국 공장을 떠난 제품들은 90여일 만인 10월 말경엔 네덜란드에 무사히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이 역시 상황은 여의치 않다. 중국 내륙 물류 허브 중 한 곳인 정저우는 홍수로 철도망이 마비됐고, 카자흐스탄 국경 알라샨커우에서는 중국 인민군 훈련 및 코로나19 사태로 물류 양이 크게 줄었다. 러시아 및 기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물류가 몰리는 폴란드 환승 허브에서는 철도 정비로 배송이 수 주 간 지연되고 있다. 독일에선 홍수에 이어 철도 파업까지 발생했다.

이같은 지연 상황들이 겹치면서 유럽에 도착한 장난감을 각국에 배송하기 위해 남은 시간이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짧아졌다. WSJ은 “크리스마스 구매자들을 위해 유럽 6개국 진열대에 장난감을 제 시간에 올리는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MGA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캡쳐)
미국 도착해도 하역 대기 화물선 수십척

더 큰 문제는 미국이다. 아시아산(産) 수입품들이 통과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와 롱비치 항구에는 컨테이너 하역을 기다리고 있는 화물선 수십척이 대기하고 있다. 대기 선박은 8월 말 40척에서 9월 중순 70척으로 늘어났다. 연말연시 쇼핑 시즌이 다가올수록 대기 선박 수가 늘어 병목현상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컨테이너를 무사히 내리더라도 이를 실어나를 트럭과 제품들을 보관할 창고가 부족하다. 최근 미 물류업계에서는 화물 트럭과 트럭 운전사를 구하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실정이다. 창고를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싶지만 일할 직원들을 구하는 것도 난제다.

나아가 시간에 맞춰 배송해야 할 중국 내 물량이 아직도 한참 남아 있는 데다 운임비용 상승 등 전반적인 지출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베이커는 “심천에서 장난감을 빨리 배송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생산하지 못할 것”이라며 “시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공급망 악화에 따른 물류대란은 장난감 업계 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도 타격을 입히고 있다. 나이키 운동화부터 포드 픽업트럭, 월풀 세탁기에 이르기까지 미국 대다수 기업 경영진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최고경영자(CEO)는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더 드라마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WSJ은 “지난 1년 동안 LA항과 롱비치항은 전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취급하게 됐지만, 내륙 공급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크리스마스와 새해로 이어지는 연말연시 쇼핑 ‘대목’을 앞두고 미국 내 공급망이 여전히 꽉 막혀 있는 탓에 주요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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