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난소증후군 있으면 비만하지 않아도 당뇨 위험 2배 이상 높아

고려대 산부인과 박현태 교수팀, 국내 빅데이터 활용한 최초의 다낭난소증후군 연구 임상 가이드라인 확립의 기준 마련
  • 등록 2021-04-05 오전 11:30:40

    수정 2021-04-05 오전 11:30:40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국내에서 다낭난소증후군을 진단받는 가임기 여성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다낭난소증후군은 가임기여성의 약 10%에서 발생할 정도로 흔한 내분비질환으로서 만성무배란, 월경이상, 부정출혈 등이 나타나며 난임의 주요 원인이 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다낭난소증후군 환자들은 비만인 경우가 많고 따라서 각종 대사성 질환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 진행된 연구에서, 한국 여성들은 다낭난소증후군이어도 정상체중인 비율이 높고, 또한 비만 여부에 상관없이 다낭난소증후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 빅데이터를 통해 규명됐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박현태 교수팀(박현태 교수, 류기진 교수)이 최근 연구를 통해 비만이나 BMI(체질량지수)에 상관없이 정상 체중의 여성도 다낭난소증후군이 있으면 제2형 당뇨병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표본코호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15세~44세 여성 6,811명의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다낭난소증후군이 있는 1,136명과 5,675명의 대조군으로 구분하여 조사한 결과 다낭난소증후군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제2형 당뇨병의 발병 위험이 2.6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체질량지수나 가족력, 콜레스테롤 수치 등과는 유의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의는 국내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한국인에게 맞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핀란드의 출생코호트 연구에서는 다낭난소증후군 환자 중 비만한 경우에만 제2형 당뇨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호주에서는 다낭난소증후군에서 BMI와는 관계없이 2형 당뇨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국가, 인종 등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한국인에게 맞는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류기진 교수는 “기존 연구들은 주로 비만한 다낭난소증후군의 비율이 높은 서양 여성들을 대상으로 시행되었으며, 상대적으로 비만 유병률이 낮은 한국인 데이터를 통한 연구는 부족했다”며 “국내 빅데이터를 통한 이번 연구를 통해 다낭난소증후군 진단 후 대사성질환 예방과 관리를 위한 진료프로세스 및 가이드라인을 정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류기진 교수는 “다낭난소증후군을 진단 받았다면, 당뇨병의 위험성에 대한 상담과 조기관리가 필요할 것”이라며 “비정상적인 월경, 다모증 등 다낭난소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 ‘Risk of type 2 diabetes is increased in nonobese women with polycystic ovary syndrome: the National Health Insurance Service-National Sample Cohort Study’는 미국생식의학회 학술지인 Fertility and Sterility 최신호에 게재되며 국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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