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소득이 300만원대인 30대 직장인 여성 A씨. 그녀는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품을 판다. 거기서 명품 가방을 사겠다는 뜻이 아니다. 명품은 빚을 내더라도 산다. 그러기 위해선 100원이라도 싼 콩나물을 사야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난 소중하니까~`
◇ 살 건 사고, 줄인 건 줄인다..`소비 양극화`
2000년대 들어 가장 두드러진 소비 패턴은 이른바 `가치 소비`다.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아낌없이 돈을 투자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재력을 보유하고 있지는 못하다. 고급스러운 소비를 지향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다른 경제 활동에선 `짠돌이`가 돼야 한다. 필요할 땐 `가치`를 중시하고, 아니면 `가격`을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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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소득 양극화와 함께 `프리미엄 소비`라는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더 싼 제품을 사려는 요구는 소비자들의 본능에 가깝다. 하지만 프리미엄, 즉 더 비싼 제품을 구매하려는 새로운 요구가 갈수록 고개를 드는 것이다.
프리미엄 소비는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든 2009년 이후 가시화됐고, 작년 이후 본격화됐다. 국내 백화점 업계의 경우 작년 4월 이후 명품 부문의 판매 증가율은 항상 평균을 상회했다. 올해 1월과 2월 전년 대비 증가율은 각각 31.8%, 29.7%다.
◇ 젊은층·베이비붐 세대, 명품시장 `큰 손` 떠올라
전문가들은 명품 시장이 갈수록 젊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전통적인 명품뿐 아니라 디자이너 브랜드나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컨템포러리 명품 등이 등장하며 `뉴 명품` 시장을 형성하면서 구매 연령대가 어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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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명품의 주 소비층인 20~30대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면서 전문직 고소득자가 늘어난 점도 원인이다. 연령대별 월평균 소득 300만원 이상 비중은 여성의 경우 20~30대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70년대 초반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의 구매력이 2000년대 후반부터 높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는 의견도 있다.
신세계(004170)백화점 관계자는 "이들은 해외여행 자유화의 혜택을 본 첫번째 세대로 해외여행과 유학 등의 경험을 통해 명품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접했고, 본격적인 구매력을 갖게 된 2000년대 후반 이후에는 명품의 주 수요 계층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터넷이나 `미드` 등의 영향으로 해외 유명 패셔니스타들이 의상이나 스타일이 국내에 실시간으로 소개되는 점도 해외 명품시장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의 비중은 해마다 늘고 있다. 해외 유명 명품 회사들의 지역별 매출을 봐도 그렇다. 루이뷔통 모엣 헤네시(LVMH)와 에르메스 인터내셔널(Hermes International)의 지역별 매출에서 아시아지역 비중은 2007년 30.0%, 40.9%에서 2009년 35.0%와 43.4%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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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업계는 명품 시장 성장의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명품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두배 가량 늘어나며 약 15% 안팎까지 증가했다. 대형마트나 일반 쇼핑몰보다 품위있고 럭셔리한 공간으로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홈쇼핑업계다. 홈쇼핑은 저렴한 상품만 판매한다는 선입견이 있다. `한 시간 동안 싸게 팔테니 빨리 사가세요`가 주요 판촉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전통적인 명품 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이른바 `매스티지`, 대중적인 명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기존에 판매하던 주방이나 가전 부문에서도 품질이 우수한 고가 제품을 적극 선보이는 것이다.
`소비 양극화` 시대에 부응한 맞춤형 전략이다. 덕분에 홈쇼핑 업계는 작년도 매출이 두자릿수 이상 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