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기 무협 부회장 “반도체 수출 40% 감소…무역 적자폭 늘었다”

올해 5월 20일 기준 수출액, 전년비 13.5% 감소
무역수지 295억달러 적자…반도체 수출 부진 심화
수출업 기반, 규제 폭증·노동유연성 악화로 무너져
“노동유연성·임금 안정 필요…조세부담 완화해야”
  • 등록 2023-05-30 오전 11:32:23

    수정 2023-05-30 오전 11:46:31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올해 들어 우리나라의 무역 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 부진과 국내 수출산업 기반 약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수출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노동유연성을 제고하고 규제 완화로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무협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 기준 수출액은 233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6.6% 줄어든 2629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올해 무역수지는 295억달러 적자인 상태다.

정 부회장은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컴퓨터·노트북과 주변기기, 스마트폰 등 전방 비대면 정보기술(IT) 제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반도체 수출 부진이 심화했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컴퓨터·주변기기, 노트북 수요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감소·정체 중이다. 그 여파로 올해 1~4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3% 감소하면서 우리의 총수출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15% 미만인 13.4%까지 하락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오른쪽)과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무역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반도체 수출 급감은 우리 총수출 감소에 60.4%의 영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회장은 “다행인 것은 주요 기관들이 올해 4분기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에 대해 지난해 2분기 수준의 회복세를 전망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또한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지금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국내 수출산업 기반이 약화한 구조적 요인에 대해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폭증’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무협 조사 결과 2017년 이후 2021년까지 5년간 반도체를 제외한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는 감소한 반면, 해외투자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반도체 외 제조업 설비투자는 2017년 68조3000억원에서 2020년 46조3000억원까지 급감했고 2021년에는 60조5000원으로 소폭 회복됐으나 여전히 2017년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야 지난해 반도체 외 제조업은 투자 계획상 27.0% 증가한 76조8000원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한국의 수출 경쟁력과 비즈니스 환경이 약화한 또 다른 요인으로 실근로시간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무협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당 실근로시간은 2017년 42.5시간에서 2022년 37.9시간으로 5년 만에 10.8%인 4.6시간 감소했다.

정 부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경우 1997년 39.4시간에서 2021년엔 36.8시간으로 2.6시간 감소하는 데 24년 걸린 반면, 우리는 2015년 44.2시간에서 2022년 38.7시간으로 불과 7년 만에 5.5시간이나 단축됐다”고 지적했다.

근로시간이 감소한 반면 국내 임금 수준은 경쟁국 대비 급격히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했다고 정 부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2021년 한국의 실질 최저시급은 8.76달러로 2017년 6.82달러 대비 28.4% 증가해 주요국 대비 가파른 인상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에 중소 수출기업은 내년 최저임금에 대해 14.5%는 인하, 53.9%는 동결을 요구하는 등 임금 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 부회장은 “실근로시간 단축은 바람직하긴 하나, 급격한 단축이 문제”라며 “실근로시간 단축과 가파른 임금 상승 보완을 위해선 노동생산성 향상과 ‘수요가 있는 경우 생산하고 없으면 쉰다’라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협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42.9달러로 OECD 국가 평균 53.6달러보다도 10달러 낮은 수준이며 OECD 국가 중 29위를 기록 중이다. 노동유연성의 경우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 평가 결과 한국은 141개국 중 국가경쟁력은 13위를 기록했으나 노동유연성은 97위로 조사됐다. 정 부회장은 프랑스 사례를 예로 들면서 “마크롱 정부는 2016년 노동 개혁 추진으로 WEF 노동시장 순위가 2018년 53위에서 2019년 50위로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수출 부진 타개를 위한 과제로 노동유연성 제고와 임금 안정을 꼽았다. 그는 “단기적으론 주당 실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근로시간 제한을 현행 주 단위에서 월 혹은 연 단위로 변경해 주는 등 기업 사정에 따라 자율적 선택 기회를 확대해 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기업의 조세부담 완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정 부회장은 “수출기업에 대한 금리 인하와 원리금 상환 유예 등 특단의 대책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무협은 세계 주요 경쟁국과 동등한 규제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올해 9월 중 입법건의안을 마련하고 내년 총선 이후 개정해 나갈 수 있도록 국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총 수출 내 반도체 비중 현황.(자료=한국무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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