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지난달 우리나라 교역조건이 전년비 기준 21개월 연속 나빠졌다. 연간 기준으론 역대 최저치다.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 가격 약세로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더 크게 하락한 영향이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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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지난해 12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9% 하락한 83.36을 나타냈다. 이는 수입가격이 전년 대비 1.4% 내린 반면, 수출 가격은 더 큰 폭인 6.2% 하락한 영향이다. 연간 기준으론 지난해 8.1% 내린 85.11로 1988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것이다. 이 지수가 하락한다는 것은 물건을 팔아서 사올 수 있는 상품의 양이 줄어든단 뜻이다.
지난달 수출물량지수와 수출금액지수 모두 하락하며 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수출물량지수는 운송장비(17.0%) 등이 증가했지만,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7.7%), 화학제품(-7.9%) 등이 감소하면서 1년 전 대비 6.3% 하락했다. 지난해 11월과 동일한 수치로, 전년 동월 대비 기준 -14.8%를 기록했던 2020년 5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이다. 달러 기준 수출금액지수도 전년 대비 12.2% 내리며 2020년 5월(-25.0%)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운송장비(16.4%) 등의 수출금액은 늘었지만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27.4%), 화학제품(-16.0%) 등이 감소한 영향이다.
서정석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운송장비 등이 호조세를 이어갔지만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화학제품 등 주요 수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간으로 따지면 지난해 수출금액, 물량 모두 올랐다. 수출금액지수는 석탄 및 석유제품(63.5%), 운송장비(11.7%) 등을 중심으로 6.8% 상승했다. 수출물량지수는 수출금액지수가 6.8% 상승한 것에 더해 달러기준 수출가격이 5.0% 상승하면서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12.8%), 운송장비(12.2%) 등을 중심으로 1.7% 올랐다.
| 자료=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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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수입은 물량, 금액 기준 하락 전환했다. 수입물량지수는 6개월만, 수입금액지수는 25개월만이다. 수입물량지수는 광산품(10.8%), 운송장비(20.6%) 등이 증가했으나 1차 금속제품(-9.9%),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6.3%) 등이 감소해 전년 대비 1.2% 하락했다. 수입금액지수도 광산품(19.9%) 등이 증가했으나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14.2%), 1차 금속제품(-29.5%) 등이 감소해 전년 대비 2.4% 줄었다. 서 팀장은 “전방 산업 수요 부진 등에 의해 물량이 줄었고,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와 광산품을 중심으로 수입이 늘었다”고 말했다.
연간 기준은 지난해 수입금액, 물량 모두 늘었다. 수입금액지수는 광산품(55.9%),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10.1%), 화학제품(13.7%) 등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19.1% 상승했다. 수입물량지수는 수입금액지수 상승을 비롯해 달러기준 수입가격이 14.3% 상승하면서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16.9%), 광산품(10.8%) 등을 중심으로 전년대비 4.2% 올랐다.
한편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지난달 103.88로 전년 동월 대비 11.0% 하락해 11개월 연속 내렸다. 수출물량지수가 6.3% 하락하고, 순상품교역조건지수도 4.9% 내린 영향이다. 연간 기준으론 6.6% 내렸다.